카지노 도박 사이트

[인천의 아침] 다문화 ‘꿈의 무용단’

최재용 연수문화재단 대표이사

카지노 도박 사이트

한국인들에게는 ‘단일민족’이라는 환상(幻想)이 있다.

 

이는 반만년 역사 속에서 우리만의 순수한 혈통을 이어왔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흔히 우리 민족 속에 다른 민족이 섞여드는 것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으려는 배타심으로 이어지곤 한다.

 

다문화가정이 빠르게 늘고,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불어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시선이 그다지 살갑지 않은 데는 이 같은 이유도 적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일민족이라 할 수 없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숱한 일들을 겪으며 우리 핏속에 수많은 민족의 피가 계속 섞여 들어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따져봐야 할 문제는 ‘왜 굳이 단일민족이어야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귀하고, ‘어떤 민족인가’보다 ‘어떤 사람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며 ‘잡종강세(雜種强勢)’라는 말처럼 섞인 것이 순수한 것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모두 같은 피부색에 비슷한 얼굴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여 사는 것보다 아주 다른 사람들이 두루 섞여 사는 세상이 한층 활기차고 생산적이지 않을까.

 

올해로 2년 차를 맞은 연수문화재단의 초등학생 ‘꿈의 무용단’ 사업은 바로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

 

지난해 뽑은 ‘꿈의 무용단’ 1기는 27명의 단원 중 19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이었다. 이들은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춤을 배우고 공연도 했다. 처음에는 언어와 문화적 이질감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 어울리면서 이런 문제들을 넘어 끈끈하게 ‘하나’가 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함께한 지도자들과 학부모, 각 학교 동료 학생들 모두의 것이기도 했다. 연수문화재단은 이어 얼마 전 공개 설명회를 열고 다문화가정 학생 7명을 포함한 14명의 2기 단원을 뽑았다. 이들 역시 1기 단원들과 함께 올 한 해 함께 춤을 배우고,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도 한다. 그러면서 피부색도 언어도 막을 수 없는, ‘우리는 하나’라는 연대 의식과 뜨거운 정을 마음 깊이 쌓게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어울리며 커 가면 ‘민족보다 중요한 게 사람’임을 자연스레 알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시대에 맞지 않은 민족감정 같은 것을 내세워 사회 분위기를 팍팍하게 만드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국비 지원 사업인 ‘꿈의 무용단’은 일단 2027년까지 매년 새로운 다문화가정 단원들을 맞이하면서 진행된다. 인구는 빠르게 줄고,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거주자들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이런 뜻과 기능을 가진 사업들이 여러 곳에서 벌어지면 좋겠다. 그것들이 앞으로의 우리 사회를 한결 풍요롭게 만들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