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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태 칼럼] 경호직무와 표현의 자유

임준태 전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장·공수처 수사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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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경호활동과 관련한 직무수행 과정에서 특이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강성희 의원 및 카이스트 졸업생의 돌발적 행동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입을 틀어 막고, 현장에서 연행했다. 총선기간 내내 ‘입틀막, 파틀막’ 등 신조어가 회자되면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방식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었다.

 

다양한 위해로부터 대통령, 국왕, 총리 등 요인들의 신변안전을 지키기 위한 경호직무는 전통적으로 국가안보(공공의 안녕, 국가기능의 무사온전성 유지)와 직결될 수 있는 이슈라고 여겨져 왔다. 1948년 정부수립 후 이승만 대통령을 경호한 기관은 이른바 ‘경무대 경찰서’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이 소수의 군장교 중심의 경호조직으로 출발하면서, 지금의 경호처로 변화했다. 국가원수 등에 대한 경호직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일본, 스위스 등에서는 연방·국가경찰 혹은 수도경찰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이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직속(대통령실 경호처)기관으로 운영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문민정부시절부터 전문경호관 혹은 경찰출신 인사들이 경호기관의 책임자로 임명되기 시작했다. 보수성향의 국가원수들은 대체로 군장성 출신들을 기용하는 패턴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호기관 책임자의 출신에 따라 직무 분위기도 상당히 다른 것 같다. 경호대상자의 ‘절대 안전’을 모토로 하는 경호관들의 충성심은 존중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법에도 없는 ‘심기경호’라는 개념이 직무수행 가이드라인이 돼서는 안된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은 경호직무수행 근거법령으로서, 경찰관 직무집행법 상의 ‘주요 인사경호’ 직무에 대한 특별법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그런데, ‘경호구역’ 내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의 방법과 수단은 특별한 법률이 없는 한, 일반경찰법상의 수단과 절차(경고, 제지, 즉시강제 등)를 따르고, 구체적 위험의 존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지난 2019년 7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의원 선거 유세 때 야유를 한 시민들을 경찰이 제압해 끌고 간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약 20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청중 가운데 남성 1명이 “아베 그만둬(step down), 돌아가”라고 외쳤다. 그러자 제복·사복 경찰 5, 6명이 남성을 둘러싸고 옷과 몸을 붙잡아 수 십 미터 뒤쪽으로 끌고 갔다. 아베 총리가 연금 문제를 말할 때 “증세 반대”라고 외친 여성 1명도 경관들이 둘러싸 손을 붙잡아 뒤로 데려갔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우리가 러시아, 미얀마 수준이냐”면서, 경찰의 조치를 비판한 적이 있었다. 홋카이도 공안위원장은 "경찰의 중립성에 의문을 품게 한 조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일본 지방법원 및 고등법원의 판결(원고승소)이 공개된 바 있으며,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적법여부를 판단했다.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중요정책의 결정 및 집행자로서의 책임이 있다. 국가원수가 참석하는 공식행사들은 국민적 관심사가 높고, 찬반이 엇갈리는 이슈를 내포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행사장, 토론장 주변에서 반대 혹은 지지자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를 규정하고 있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목전의 급박한 불법적인 행동을 야기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 있는 표현이나, 명예훼손적, 외설스럽거나 음란성 표현(obscenity), 폭력선동적 표현(fighting words)이 아니라면, 광범위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입틀막’ 사건의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는 헌법상의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필요최소한도 내에서 경찰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법원칙(최후의 수단으로 물리력 행사)을 준수해야 한다. 경호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야만스러운 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최근의 직무수행 패턴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국격에 맞는 세련된 방식으로 경호직무를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