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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여론조사는 과학 아니라 정치다

마음 측정, 틀리는 게 정상
민, 여론 조성 활용해 승기
국, 불신 외면에 기선 뺏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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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선거가 끝났다. 어떤 투표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어느덧 남은 투표 세는 게 빨라졌다. 어김없이 찾아온 썰렁한 파장이다. 선거 흔적 지우는 시간이다. 가로수에 걸린 현수막이 사라진다. 건물 덮었던 사진도 내려진다. 지면(紙面)에 선거 기사도 빠진다. 철 지난 얘기, 안 읽히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 안 쓰는 게 맞다. 그런데 선거 기간 내내 적어 뒀던 화두가 있다. 끝나면 쓰려고 적어둔 얘기다. ‘여론조사는 정확한가’, ‘어떤 영향을 줬는가’.

 

많이 틀렸다. 다 볼 수는 없고 몇 곳만 보자. 안철수·이광재(분당갑) 여론조사다. 4월2~3일, 이 후보 45.8%, 40.4%였다. ‘여론조사꽃’에서 조사했다. 결과는 안 후보의 넉넉한 승리였다. 표 차가 6.6%포인트다. 이재명·원희룡(계양을) 조사다. 3월31일부터 이틀, 이 후보 47.7%, 원 후보 44.3%였다. ‘미디어리서치’가 조사했다. 결과는 이 후보의 일방적 승리였다. 8.7%포인트 차다. 다 이렇다. 어디는 10%나 틀렸고, 출구조사도 틀렸다.

 

이쯤에서 인정하고 갈 진실이 있다. 여론조사는 틀리는 게 정상이다. 사람 마음을 어찌 수치로 풀겠나. 부모 자식 간에도 속을 모른다. 내 마음도 어찌 변할지 모른다. 그걸 과학이랍시고 꿰맞추는 거다. 혹여 둘 놓고 4천만명이 고른다면 모른다. 그래서 대선이 근사치로 간다. 하지만 총선은 254개 지역이다. 후보 이름도 어색하다. 틀리는 게 자연스럽다. 이걸 정확하다고 믿으려니까 불신이 생긴다. ‘조사가 왜곡됐다’, ‘조사 기관이 장난질을 쳤다’.

 

민주당은 잘 안 것 같다. 내가 볼 때 그렇다. 내부 경선이 2월 내내 있었다. 경선의 기본 방식도 여론조사였다. 예비 후보들마다 문자를 발송했다. ‘민주당 ○○○입니다. 여론 조사 꼭 받아서 저를 선택해주세요.’ 열성 지지자들은 휴대폰을 들고 지냈다. 그 ‘관성’이 그대로 이어졌다. 후보들은 계속 여론조사 참여를 독려했다. 그때도 보수는 여론조사 전화를 끊고 있었다. 3월 들어 10%, 20%로 벌어졌다. 경기도 전 지역 참패설까지 지면에 등장했다.

 

그 한 달, 국민의힘은 뭐했을까. 두 모습을 봤다. 하나는 여론조사 불신이다. ‘여론조사 믿지 말라’고 선전했다. 여기에 보수 전문가들의 분석이 가세했다. ‘진보 답변이 과다 포집됐다.’ 여론조사를 외면할 핑계가 됐다. 3월 후반, 보수 텃밭까지 무너지기 시작했다. 양평, 동두천, 과천, 분당이 뒤집혔다. 다른 모습도 봤는데, 조사 외면 합리화다. ‘뒤집힌’ 국민의힘 후보가 말했다. ‘저쪽은 독려하는데 우리는 안 한다.’ 결국 ‘2월 우위’ 다 잃고 낙선했다.

 

여론조사는 ‘유력’이라는 ‘문패’를 다는 싸움이다. ‘死票 방지’의 확신을 주는 작업이다. 또 다른 사전투표다. 총력 대응해 끌어올렸어야 했다. 지지자들에게 전화 응대를 호소했어야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누구도 이런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그 사이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 과반을 넘어 개헌 저지선 밑까지 갔다. 그 정점에서 여론조사 공포가 금지됐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말했다. “반전하고 있습니다. 골드크로스 일어났습니다.” 3월에 뭐하다가.

 

이제는 따지지 말자. 여론조사는 틀릴 수 있다. 그렇다고 ‘여틀막’ 할 수는 없다. 승리 공식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그 극단적인 비교가 이번 선거에 있었다. 적극 응대로 기선을 제압했던 민주당, 또 하나의 사전투표로 임했던 민주당. 그래서 승리했다. 적어도 승리 요인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하지 못했다. 여전히 맞냐 틀리냐 분석만 하고 있었다. 사전투표 불신을 보수의 고질로 보던데, 더 큰 고질이 여론조사 불신이다. 이거 못 고치면 계속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