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막노동' 싫어…한국인 없는 공사장 [공사장 실태 보고서③]

경기도내 최근 1년 건설현장 근로자
내국인 1만5천명↓·외국인 656명 ↑
3D에 취업 꺼리고 고령화로 이탈
말 안 통해도 외국인 고용 불가피

카지노 도박 사이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윤원규기자

 

“힘들고 위험한 일, 일용직으로 하루만 잠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 와요. 말이 안 통하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죠. 공사를 멈출 순 없으니까.”

 

지난 5일 100여가구가 들어오는 평택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 곳곳에 ‘안전주의’ 문구가 한국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쓰여있었다. 다양한 피부색의 근로자들은 저마다 다른 ‘말’을 하며 ‘공구리’(콘크리트 타설) 전 형틀을 조립하고, 거푸집을 짓고 있었다.

 

이날 동원된 인력은 40명이지만 한국인은 5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20여명)과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출신(10여명)으로 채워졌다. 중앙아시아인들이 판자와 철근을 옮기고, 동남아시아인들이 기타 잡일을 도맡는 식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현장을 지휘하는 한국인 ‘오야’(조장)가 “그거 여기로 가져와” 해도 전부 고개를 갸웃하고 말았다. 그나마 지시를 알아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각자의 언어로 자신들의 동료들에게 전달하면 그제야 “OK” 했다.

 

조장 A씨(55)는 “공사현장에 일부 위험요소가 있다 보니 자칫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소통이 중요하지만 인력 대부분이 외국인이라 말이 안 통해 불편할 때가 있다”면서 “조금이라도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근로자들에게 주요 작업을 지시하면 번역해 전달하는 순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윤원규기자

 

다른 현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기초 콘크리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경기남부지역에서 건너온 중국 국적 근로자들 50여명이 한 팀을 꾸린 모습이었다.

 

이날 작업에선 건축물 외벽을 세우는 일이 ‘메인’이었고, 현장 총괄 조장 아래 기공(기술자·중간 관리자)으로 50대 중국인 한 명이 배치됐다. 조장이 한국어로 지시하면 기공이 팀원들에게 중국어로 전달했다. 그래야만 ‘원활한 공사’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공사 관리자 B씨는 “현재 우리가 진행하는 경기도권 공사가 없어서 인력들을 데리고 서울로 왔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팀 단위로 함께하며 ‘팀별 단가’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되도록 중간 관리자까지도 외국인으로 둬야 한다”며 “전문성이나 소통 등 많은 문제는 있지만 내국인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공사현장의 다국화(多國化)가 예삿일이 아니게 되면서 ‘한국인’이 ‘외국인’이 된 실정이다.

 

내국인은 이른바 ‘막노동’ 이미지 때문에 취업을 꺼리고, 그나마 남은 인력마저도 나이가 들면서 현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만 봐도 최근 1년 사이 건설현장 근로자(내국인 13만6천299명, 외국인 3만6천608명 등 17만2천907명) 가운데 1만5천573명의 내국인이 줄고, 652명의 외국인이 늘었다.

 

평택시에서 전문건설업체를 운영하는 한 대표는 “현실적으로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임금이 더 저렴하다. 돈을 더 주더라도 한국인을 쓰고 싶지만 없는 걸 어떻게 하느냐”며 “건설 현장 특성상 인력을 20~50명씩 투입하는데 이 규모면 임금 부담이 만만치 않아 외국인을 단체 고용하는 곳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젊은 한국인 근로자들은 택배, 배달, 대리기사 등 업무로 빠진다”면서 “결국 지금 공사현장은 ‘외국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에게 일감이 많이 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