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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신 칼럼] 꽃피는 봄날의 위기관리

김윤신 한양대 의과대학 명예교수·세계푸른하늘맑은공기연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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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이 오는 3월인가 했더니 벌써 4월로 들어섰다. 선명한 노랑 개나리, 자주색 진달래, 분홍색 벚꽃 등이 봄의 풍경을 과시하나 봄꽃의 생애는 우리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 우리가 짧게 피고 지는 봄꽃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름다운 청춘 시절처럼 긍정적인 희망을 갖고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고 있자면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인간의 본성을 가장 빠른 시간에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 현장인 듯하다. 22대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저마다 ‘국회의원 자격 있는 지도자’라는 인물들이 혜성처럼 쏟아진다. 여야 모두 공정한 공천시스템을 내세웠으나 양쪽 몇 명의 공천후보가 막말 논란으로 취소된 사태를 보며 나머지 공천후보들은 국회의원에 걸맞은 언행에 자격이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일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보통사람들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비상식적이고 불공정으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정치권을 보니 차라리 요즘 이슈인 인공지능(AI)에 공천시스템을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 여야를 막론하고 ‘깜’도 안 되는 사람들이 비례대표로 당선 안정권에 서로 차지하려는 막장극에 제발 다음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제도는 없어지길 기대한다.

 

여야 리더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눈높이’ 내지는 ‘민심을 따라’라는 미사여구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정치의 사법화’, 민주당은 ‘꼼수정치의 사당화’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된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산적한 국내외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미래를 보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2.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협회 간 갈등이 첨예하게 정면 대치하며 파국으로 가고 있다. 전공의 사직에 이어 의대생 휴학, 3월25일에는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엄청난 의료대란이 시작됐다. 정부는 의대 증원 문제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여론에 강경일변도로 나갔으나 피해자는 환자와 일반 국민들이다. 왜 하필 총선 전에 몇 가지 문제의 소지를 발생시켰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대다수 국민들은 피로해지고 대통령실의 무능함을 탓하게 된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속담 중 역지사지와 비슷한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기 전에 상대방을 평가하지 말라’는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면 대치 속에서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방법은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상대의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와 의사협회가 서로의 주장이 무조건 틀렸고 내가 옳다고 계속 고집 부리면 두 관계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

 

극심한 대립과 갈등이 팽배한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 기술이다. 소통은 상대를 이해하고 역지사지하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의사협회는 ‘을’의 입장에서 정부의 정치적이고 일방적인 증원 정책을 긍휼히 여기며 타협점을 제시하고, 정부는 ‘갑’으로서 위치를 내려놓고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소통할 수 있는 성숙한 정치적 결단을 통해 진정한 의료개혁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제갈량의 병법서 심서(心書) 제14장 지용(智用·지혜를 올바로 사용함) 편에 진정한 리더가 되고자 하는 자는 의인(依人·민심의 뜻에 따르다), 인시(因時·때에 맞춰 준비를 철저히 행함), 순천(順天·변화의 흐름을 보면서 하늘의 뜻에 따름)을 따르라 했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이를 잘못 이해하고 실천하는지 음미해 볼 만하다.

 

최근 봄 날씨로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지고 중국이나 몽골에서 오는 황사로 인해 뿌연 하늘이 햇살을 가린다. 부디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위기관리능력이 대다수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추진돼 4월의 봄날에는 푸른 하늘을 보며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의 유명 대사인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라고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