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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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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고집스럽고 끈질긴 것’을 일컬어 ‘집요하다’라고 표현한다. 일상에서는 주로 특정 사안이나 사람에 대한 그릇된 집착을 가리킬 정도로 부정적 어감이 강하지만, ‘집요함’이 개인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결합된다면, 그땐 판이 달라진다. 맡은 일에 대해서는 완벽한 성과를 내겠다는 집념이 그것이다.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 진실을 알리기 위한 기자의 집요함. 최상의 상품을 만드는 장인의 집요함 등 알고 보면 ‘집요함’이 주는 감동은 어느 것보다도 더욱 극적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극적인 순간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의사의 집요함일 것이다. 아픈 환자를 살리고자 집요하게 매달리는 의사의 모습은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아름답다. 그래서인지 대중매체 속 의사의 이상향은 출세가 아닌 오직 사람 살리기에 숭고한 사명감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굳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공익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인지 최근 의사들이 사직서를 내며 환자 곁을 떠나는 모습은 너무도 안쓰럽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의 시기와 규모 등이 과연 적정한지는 제쳐두고라도, 의사가 환자 곁을 떠나는 건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의료법 위반을 피하고자 파업이 아닌 동시다발적인 사직서 제출을 택하고, 어떻게든 업무복귀명령을 송달받지 않고자 애쓰는 모습은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단지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 부작위만으로도 사회를 초토화시키는 의사들의 권력(?)을 두고,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상당하다. ‘정부는 결코 의사들을 이길수 없다’는 한 의사의 발언에 ‘의사들은 결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우문현답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라고 준 의사면허가 정부 정책에 대한 투쟁수단으로 변질됨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의사들이 병원을 지키며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때 오히려 대중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의 주장은 결코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오늘날,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낭독되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아닌, 이를 현재에 맞게 변형한 ‘제네바 선언’이다.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마칠 것을 엄숙히 선약하노라’로 시작되는 제네바 선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지금 이 순간 의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직서를 낼 용기가 아닌 생명에 대한 집요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