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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공정을 지향하는 사회에서의 저출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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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선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

나라 전체가 저출산의 의미를 알고 있다. 매스미디어는 계속해서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시민들은 식상하거나,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심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과거 성장 지속적이었던 노동시장 구조가 과도한 경쟁구조로 변화하면서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기에 불공정한 사회 이슈가 터질 때마다 청년들은 예외 없이 공분을 표출했고, 그러한 분노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감수성이 매우 민감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명백한 단서가 됐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자신들의 노동시장 출발선이 그리고 결혼의 출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불공정성을 목격하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공정한 위치로 이동시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여성 청년은 노동시장에서 성과 계층으로 인한 불공정성 뿐만 아니라 가족을 형성하는 순간부터 육아와 가사의 책임이 오롯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가족 내 불공정성을 중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한 연구들은 청년들의 절박한 대응이 결혼의 지연이라고 언급한다. 필자는 사회의 불공정성과 가족 내 불공정성에 대한 여성 청년들의 선택이 출산의 거부라고 추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사회 내 공정과 가족 내 공정을 이루기 위한 병행적 지향과 지원이 필요하다. 가족을 형성하고 싶은 청년들에게는 계층 간 격차를 희석시킬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가족 내 차별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제도적 지원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는 사회적 공정성이 발현될 만큼 ‘전폭적인’지원을 해야 하고, 가족 내 파트너십에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만큼 ‘놀랄 만한’ 제도적 개선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

 

둘째, 양육은 세대를 통틀어, 가구를 통틀어,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양육에는 많은 경제적 부담과 시간적 투자가 있어야 하므로 아이가 있는 가족과 없는 가족 간에는 심각한 자원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 노동시장에 입직하는 단계에서 이미 불공정에 대해 민감한 청년들이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산을 선택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다. 선도적인 인구정책과 가족정책을 이끌었던 스웨덴이나 프랑스에서는‘모든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정책적 지향이 뿌리 깊다. 우리 사회에 특히 필요한 것은 아이 키우는 부담을 사회가 함께한다는 공감대다.

 

셋째, 정부도 국민도 지금처럼이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주 출산 세대들은 우리 사회가 이미 저출산 시대에 진입한 이후 태어난 ‘저출산 키즈(kids)’로 숫자 자체가 적다. 합계출산율을 올리려는 노력은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적은 수의 인구로 적응해 살아가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매스미디어는 저출산 예산을 그렇게 쏟아부었는데도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저출산 예산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저출산 정책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정의가 없었기 때문에 저출산 예산에는 군무원, 장교 인건비 증액도 들어있고, 관광 활성화 사업도 들어있으며, 대학 육성 사업도 있다.

 

2022년 저출산 예산은 51조7천억원이지만 가족에게 지원되는 예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도 못 미친다. 가족지원 예산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1.55%로 OECD 평균 2.11%에 비해 턱없이 낮고 특히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현금 지급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0.46%로 OECD 평균인 1.1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족 지원 예산을 OECD 평균인 2%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하고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등 현금성 지급 역시 OECD 평균 수준으로 상향 책정해야 한다. 그 후에는 자녀가 태어나니 가족의 삶이 더 안정됐다는 인식이 고취될 때까지, 그리고 이것이 명백한 사회적 사실이 될 때까지 파격적이고도 지속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 사회정책의 개혁과 같은 변화를 통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다. 또 ‘양육은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도 국민도 지금처럼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