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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로 인연 잇고자 노력”…나정희 규방공예 조각보 명인 [문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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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나정희 조각보 명인. 송상호기자

 

자그마한 자투리 천 조각을 서로 이어붙이다 보면, 실과 실, 면과 면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피어나는 인연 역시 연결된다. 늘 진심을 담아 정성껏 조각보를 꿰어내는 나정희 명인(75)의 섬세한 바느질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었다.

 

여인들이 규방에 모여 바느질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든 데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 규방공예는 오랜 역사 동안 우리 곁에서 호흡해온 예술인 만큼, 바느질로 빚어낸 생활용품 및 치장품 등 곳곳에 조상들의 온기가 배어 있다. 특히 자투리 천을 십분 활용해 만들어낸 보자기와 주머니 등은 새로운 가치와 쓸모를 부여하는 장인의 손길을 만끽하는 매개체가 된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과 함께 나 작가는 오늘도 공방을 오고 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예총의 규방공예(조각보 부문)분야 한국예술문화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나 명인의 인생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표면에 드러나는 것들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는지 살펴보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나정희作 '환생'. 작가 제공

 

형형색색의 생기를 머금고 재탄생한 조각보를 중심으로 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기본 원리는 뛰어난 바느질 실력에만 있지 않다. 제자리에만 머무르는 대신 늘 사람들과 교류하고 외부와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가면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는 태도에서 그 근간을 찾을 수 있다.

 

나 작가는 2005년 수원규방공예 연구회를 창설한 뒤 국내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면서도 세상과의 접촉을 늘리기 위해 애썼다. 일본 아사히카와를 비롯해 뉴욕, 파리 등지에서 초청을 받아 우리나라 규방공예의 우수성을 알리고 예술가들과 소통하는 데 노력했다.

 

수원 팔달문화센터 1층 전시장에서 진행 중인 ‘조각보에 담은 나의 시간’ 전시 전경. 송상호기자

 

오는 9일부터 15일까지 수원 팔달문화센터 1층 전시장에선 나 명인의 진심을 눌러담은 회고전 ‘조각보에 담은 나의 시간’이 수원 시민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나정희作 '여름'. 작가 제공

그가 지금껏 제작해온 조각보 작품과 다양한 소품 50여점을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는 기회다. 삶의 궤적이 묻어나는 작품들, 이를테면 여자로서 가족에 헌신한 경험이 녹아든 ‘환생’뿐 아니라 국악인으로서의 자취가 담긴 ‘나의 아리랑’ 등을 비롯해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의 어두운 내면이 반영된 ‘암흑’과 같은 작품들이 시민들의 공감대를 건드린다.

 

나 명인은 올해까지 이어지는 행보에 이어 새롭게 구상하는 계획에 관해서도 밝혔다. 내년부터 그는 바느질의 기법이나 소재와 형식 등 작업 과정 전반에 변화를 주면서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세대와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도 품고 있는 상태다. 또 그는 조각보뿐 아니라 훨씬 더 손이 많이 가고 작업 과정이 번거로운 작은 소품들 역시 그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에 소품 관련 전시 개최 등의 명맥을 잇는 시도 역시 활성화하겠다는 소망 역시 내비쳤다.

 

나 명인은 “출신도 성분도 전부 다른 자투리 천을 엮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크고 작은 인연이 예상치 못하게 피어나는 우리네 인생과 다를 게 없다”며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면서 쌓아온 시간뿐 아니라 앞으로 쌓아갈 시간 역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