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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자치경찰... 지휘·감독권 행사 못하고 예산 편성권도 없어 [집중취재]

시·도자치경찰위, 고위직 인사평가 반영 2%뿐
예산집행도 중앙 종속 ‘일원화’… 자율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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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시행 3년차를 맞은 현재까지도 여러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제도에도 조직이나 인력 구성은 변함없고, 자체적인 인사권한이나 예산 편성권조차 없어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지휘·감독 체계 바뀌었지만…조직·인력은 그대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서 자치경찰은 순찰과 방범활동부터 여성·아동·노약자 보호, 가정폭력 예방, 교통단속 등 주민 일상생활을 둘러싼 치안업무를 맡게 됐다. 지휘·감독권 역시 시·도지사 산하의 자치경찰위원회에게 이관됐다.

 

하지만 정작 도민들이 ‘자치경찰’로 알고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는 자치경찰이 아니다. 시민들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치안을 담당하던 지구대와 파출소는 자치경찰제 시행직전 국가경찰인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으로 변경됐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구대와 파출소의 지역안전 관련 사무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지구대와 파출소는 자치경찰업무 수행보다는 112종합상활실의 출동지령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치경찰제 취지의 달성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꼬집고 있다. 육동일 국가균형발전사업 평가자문단장은 “지구대와 파출소가 112상황실에 소속돼 있는데, 112상황실이 국가 경찰로 남아있는 상황에선 지역에 현장 인력도 없는 반쪽짜리 자치경찰제”라며 “국가 경찰 신분으로 수행하는 자치경찰이 지역주민 중심의 맞춤형 생활안전이나 지역치안 수요에 적극 대처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 불안전한 인사권…"자치경찰은 없다" 

 

자치경찰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자치경찰을 지휘 및 감독하면서 지역 주민의 수요에 맞는 시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책을 집행할 때는 시·도경찰청에 지시사항을 공문으로 보내고, 경찰청장은 이를 해당 경찰서에 제시해야 한다. ‘경찰법’상 명시된 지휘·감독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자치경찰사무는 있지만, 자치경찰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치경찰의 인사 권한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자치경찰이 지역주민이 선호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성과평가와 인사권의 행사를 통한 통제가 이뤄져야 하지만 미미한 인사 권한만 가지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의 범위는 극히 한정적이다. 경사·경장의 승진, 경정의 전보·파견·휴직·직위해제 및 복직, 경감 이하 전보·파견·휴직·직위해제·복직·정직·강등·해임·파면으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은 행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장과 경찰서장 등의 인사에 대해선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일부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평가 반영 비중이 2%에 불과하고, 세부 규정도 없어 형식적 인사권 부여에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에는 자치경찰의 승진 등을 담당하는 승진심사위원회도 없다. 제한된 인사권으로 자치경찰들은 정작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통제보다는 국가경찰의 인사권에 영향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자치권 없는 예산편성

 

자치경찰위원회의 예산 집행에도 자율성이 없어 재원 역시 실질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법에는 ‘자치경찰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예산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지사가 수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우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이다. 이는 지역안전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예산 결정권이 결국 국가경찰에게 있다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육 단장은 “지자체에 경찰 지휘의 권한을 주고, 지자체는 시·도 경찰위원회를 만들어 결정을 하는 등 형식은 갖춰놨지만, 권한이나 자율성은 없다. 자치경찰은 여전히 국가경찰 소속이고 권한과 예산, 인사 문제가 중앙에 종속돼 있는 일원화된 시스템”이라며 “자치경찰제의 목적은 지역주민들에게 맞춤형·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돼 국가경찰로부터의 통제와 지휘만 받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 중심으로의 근본적인 체제개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국가경찰은 중요한 수사 등 국가경찰의 역할을 하고 자치경찰에게 더 많은 권한과 인력, 예산을 부여해서 자율성과 권한을 가지고 지역 밀착형 치안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언 “경찰법 개정해 이원화… 지자체 권한 실질화해야”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경찰법을 개정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인사와 조직을 분리하고 지자체의 권한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전 한국경찰학회장)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전 한국경찰학회장)는 “자치경찰제 시행 3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자치경찰은 존재감이 희미한 상황”이라며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때부터 현행 경찰법상 사무만 구분돼 있고 조직과 인력은 분리돼 있지 않아 법적인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자치경찰 이원화를 내년 1월부터 세종·강원 ·제주·전북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9월 정기국회부터 특별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서둘러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며 “자치경찰 이원화 방안 등을 다루기 위해 활동 중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새롭게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이 이원화되면 자치경찰 사무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수행했던 것과는 달리 국가경찰의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사무를 전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치경찰 활동에 주력할 수 있고, 지역주민들 곁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역치안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경찰 활동을 시행할 수 있도록 자치경찰제의 최종목표를 ‘자치경찰 중심의 일원화 모델’에 두고 로드맵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준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사권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만 이루어지더라도 과도기적 자치경찰 모델로서 그 역할을 일정 수준 이상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이 바라는 궁극적인 자치경찰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어 “주민 수요에 부응한 경찰 활동은 거시적 제도 외에 지역정치 특성, 경찰하위문화, 경찰재량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도경찰청과 경찰서 모두를 자치경찰로 전환하고 국가경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