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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칼럼] ‘K-seed’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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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고 사랑하는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독일 기업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마트에서 청양고추를 사면 분명 ‘국내산’이라고 돼있다. 청양고추뿐만 아니라 팽이버섯, 양송이버섯 등의 버섯류, 양파, 양배추, 파프리카, 고구마 등 모두 국내산이라고 돼 있어 애국하는 마음으로 국내산만 고집했는데 ‘외국에 로열티를 낸다?’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씁쓸하지만 한국인 대표 먹거리인 청양고추의 종묘권은 한국 기업인 중앙종묘가 가지고 있었으나 IMF 시기에 미국의 몬산토에 인수됐고 몬산토는 다시 2018년 독일 바이엘에 인수돼 우리가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독일 바이엘에 일종의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으로 종자 로열티를 내고 있다. 음식물뿐만 아니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각종 장식을 달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바로 구상나무인데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나는 토종식물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런 구상나무를 신품종으로 개량했고 개량한 종묘를 다시 한국에 역수출하고 있으니 우리의 자원이 해외로 유출돼 오히려 해외의 국부에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2010~2019년 해외에 지불한 종자 로열티는 1367억원인 데 반해 해외에서 받은 로열티는 고작 26억원으로 경상수지 불균형이 아주 심각하다.

 

21세기 가장 주목받는 산업은 단연 반도체산업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식품 원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기후변화로 식량자원이 무기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각국은 식량 자주권을 수호하려 자국의 종묘산업을 육성하기에 혈안이 돼 있다. 세계 종자 연관산업은 약 86조원으로 추정되고 매년 약 5%씩 성장하고 있어 반도체 시장을 뛰어넘는 이른바 ‘제2의 반도체산업’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금 1g의 가격이 4만8천원인 데 반해 파프리카 종자 1g은 12만원, 검은빛을 띠는 방울토마토 종자는 1g당 7만5천원으로 금값보다도 비싸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하고 부가가치가 확실한 전 세계 종자 산업은 미국과 중국이 50%를 차지하고 있고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독점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50%가 채 되지 않고 식량자원 수입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데 반해 한국의 종자 산업 점유권은 겨우 1.4%로 초라하다. 결국 6차 산업으로 불리는 농업의 핵심은 ‘종자’다. 그렇기에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열심히 종자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올해 2월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9410억을 투자해 디지털 육종 등 신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핵심 종자 개발도 추진하는 등 ‘제3차 종자 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K-seed’ 브랜드화에 나섰다.

 

이제 종자는 인류의 생존 및 국가의 안보를 담보하는 아주 중요한 생명체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고(故) 우장춘 박사는 ‘씨앗은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고 말했듯이 불확실한 미래에 국가의 존망과 식량 자주권을 위해서라도 종자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육성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K-seed 브랜드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대한민국이 식량부국으로 우뚝 서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