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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칼럼] 승자의 조건, 패자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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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명예교수

지난 주말에도 서울의 도심 시위는 격렬했다. 슬로건의 글귀도 거칠었다. 온통 나라가 싸움질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시급하고 우려스러운 현안은 무엇인가, 묻는다면 나는 대선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라고 답할 것이다.

 

‘남북 간 대립의 격화’도 걱정이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적대적 정치다. 아무리 잘해도 ‘네 편은 적군’이고, ‘내 편은 아군’이다. 나 역시 어느 시기, 편 가르기 혼란에 깊어진 번민의 시간이 있었다.

 

정직하게 말하면 확실하게 아는 정보가 없었으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점검할 만큼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만 확신에 차 언성을 높이던 주변의 말에 간혹 고개를 끄덕여 줬던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2022년 5월10일 윤석열 정부는 출범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2개월이 지나고 있다. 한 정권을 조망하기에는 그 시간은 길지 않지만 정권 교체 이후 수많은 일이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14개월이 결코 짧다고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요즘 정국 흐름에 대한 나의 단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와 국익을 위한 노력까지 비난할 이유는 없다는 점이다. 종종 칭찬할 만한 것까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겁해 보인다.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교만은 터무니없는 감정이입의 부재다.

 

다른 하나는 감정과 선동이 우선하고 있다. 정치적 논쟁에서 제시해야 하는 증거는 반드시 상대방의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는 논리와 대안이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거론되는 여야 간 논쟁들은 명확한 증거보다 너무 많은 허위와 과장이 사실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적개심에 대한 이중 잣대다.

 

얼마 전 파리 근교의 나폴레옹 기념관을 찾은 적이 있다. 세미나 참석 후 남은 여가의 목적도 있었지만 그가 어떻게 위대한 군사지도자와 정치가로 성장했는지 알고 싶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50 대 50이었다. ‘혁명 이념을 전파한 유럽의 해방자 vs 종신 황제 자리에 오른 독재자’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양립했다.

 

그러나 황제 독재자라고 비난하면서 파리 내 석상을 부수고, 고향 생가인 코르시카까지 가서 불을 지르는 식의 역사 세우기는 없었다. 반대로 혁명을 전파한 해방 자를 기리는 절세의 위인으로서의 용비어천가도 없었다.

 

여론과 평가를 생각 없이 꾸며내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진영에 따라 만들어내는 잘못된 여론이 국민을 호도하고, 국가의 신뢰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

 

편 가르기는 한 가지 기준을 적용할 때 양극화된다. 계층, 세대, 학력, 지역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다양한 기준이 공존할 때 편 가르기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적이 돼야 한다. 정치를 떠나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아군도 없다. 변함없이 ‘정권교체’만이 당면 과제라는 것에 매달리기만 한다면 혼란은 가중되고 이 나라는 크게 바뀔 것이 없다. 근거 없이 상대를 악당으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지는 일이다. ‘장님은 절대로 자신 있게 걸을 수 없지만 스스로 장님이란 것을 인식한다면 자신 있게 걸어갈 수 있다’는 버크의 경고적 글귀는 승자의 조건이며, 패자의 교훈일지도 모른다.

 

이제 국민들은 오인식의 원인보다 오인식의 본질에 초점을 맞춰봐야 한다. 정치 실종의 시대, 민심을 읽는 길 찾기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