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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향 품은... 지역 예술인 아지트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일반 카페인 동시에 문화 창업 플랫폼 역할...1층엔 지역 공방 예술인 제품 진열·대행 판매
지하에선 소규모 문화예술 수업·기업체 강의, 공방 없는 예술인에 대관료 없이 장소 내줘
공간 임대·제품 판매에서 ‘인큐베이팅’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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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수원을 걷다 보면 저마다 색다른 이야기를 품은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매일 걷는 골목, 매일 마주하는 건물. 그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낯선 공간 혹은 우리가 이미 알았던 공간에서 ‘동행공간’이란 이름으로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또 다른 생명력을 잉태해 우리가 마주한 여러 고민을 함께 논의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 만날 동행공간은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자리한 카페 B’side(이하 비사이드)다. 겉보기엔 고급스러운 카페 그 자체지만 문을 열면 그 안에선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안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해소하고, 함께 상생하기 위한 미래가 매일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수원문화재단에서 2021년에 진행한 동행공간 주간 행사에 ‘비사이드’가 참여한 모습. 정자연기자

 

천천동의 길목을 따라가다 보면 감성적인 카페 하나가 눈길을 끈다. 깔끔한 외부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간판. 겉보기엔 일반 카페인 듯하지만 이곳에선 수많은 사람과 이야기, 문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나의 작은 예술생태계를 잇고 있다. ‘커피 내리는 옆에서 모든 일이 이뤄진다’라는 뜻을 담은 ‘비사이드’다.

 

‘비사이드’는 지난 2016년 7월 문을 열었다. 카페인 동시에 문화 창업 플랫폼 역할을 하는 이곳은 1층 고급 커피전문점, 지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됐다.

 

1층에 마련된 가판대에 지역 공방예술인들의 작품이 진열돼 있다. 정자연기자

 

1층으로 문을 열고 들어서면 테이블에 앉아 일상을 나누는 손님들의 대화 음률 사이로 향긋한 커피 냄새가 기분 좋게 스며든다. 세련된 분위기의 인테리어 속 벽의 한쪽 면은 책으로 가득하다. 벽면 곳곳에는 작은 쪽지가 붙어 있어 아늑한 감성을 준다. 길게 뻗은 가판대 위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핸드메이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커피를 내리는 옆에서 무언가를 이뤄지게 하는 비사이드의 첫 번째 핵심 콘셉트인 ‘제품 임대공간’이다.

 

비사이드는 전각과 비누, 컵 굿즈, 블록, 가죽 소품 등 지역 공방 예술인 20여팀이 만든 제품을 이곳에 진열해 대행 판매를 한다. 윤일노 비사이드 대표는 “동행공간에 참여하는 곳의 제품을 위주로 선보이며 제품은 6개월에 한 번씩 교체된다”며 “공방 대부분 외진 곳에 자리잡아 온라인 등을 제외하곤 자신들의 제품을 선보일 기회가 없는데, 유동인구가 많은 카페에 진열해 홍보와 판매가 이뤄지게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판대 바로 앞엔 지역 공방이나 소규모 클래스를 알리는 홍보물과 수업 일정이 꽂힌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카페를 방문하는 이들이 소규모 클래스를 보고 직접 참여할 수 있게 자연스럽게 홍보를 해준다.

 

지하 1층에서 스터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비사이드 제공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지하에선 다양한 형태의 강의와 모임 등 목적성 있는 공간이 운영된다. 캘리그래피, 수채화 등의 소규모 문화 예술 수업이 열리거나 기업체의 강의가 진행되기도 한다. 기업체의 강의나 행사도 이뤄지지만 대부분 다른 동행공간의 공방 수업이 이뤄진다. 동행공간의 수업이 이뤄질 땐 장소 대여비가 무료이고 커피값만 받는다. 또 영화 상영 공간도 있어 영화와 책, 음악 무엇이든 함께 즐기고 고민할 수 있다. 100평 남짓한 공간에 3분의 1만 채워진 테이블에선 여백의 미와 여유, 느긋함을 이곳에서 느끼길 바라는 윤 대표의 철학이 녹아 있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연결하고, 창업을 연결하는 이곳은 문화 창업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비사이드는 사실 ‘콘텐츠를 자생해서 만들지 못한다’는 게 최대의 장점이다. 손님들에게 자연스럽게 지역 예술인들의 소규모 클래스나 공방 일정을 홍보하고, 본인의 공방 없이 활동하는 청년 예술인 등을 위해 대관료를 받지 않고 장소를 내어 준다. 그 예술인들이 공방 수업을 진행할 때는 인원에 맞는 커피값만 받는다. 이곳에서 공방 수업을 하던 예술인들은 소규모 클래스를 성장시켜 본인만의 공간을 얻어 독립하기도 한다. 공간 임대와 제품 판매에서 지역 예술인 ‘인큐베이팅’까지 이뤄지는 셈이다.

 

커피를 내리고 있는 윤일노 비사이드 대표. 정자연기자

 

비사이드의 문을 열면서 윤 대표는 공간을 필요로 하는 지역 예술인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 전 3일간 지하 1층의 공방 장소 대여와 1층의 상품 진열 판매 홍보를 했는데 무려 270팀이나 문의를 했어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그걸 홍보하고 판매할 장소가 없는 젊은 예술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죠.”

 

윤 대표는 비사이드를 한 단어로 “아지트”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모든 활동이 이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을 통해 활동하는 분들의 다양한 문화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사람과 공간, 동행공간 등을 연계해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비사이드 윤일노 대표

“비사이드 2호점 준비… 상생·연계 활성화”

 

Q. 플랫폼으로서 비사이드가 동행공간에서 맡은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A. 사실 역할이란 게 없다. 동행공간은 같은 사업을 하는 동등한 분들이 동행공간이라는 플랫폼에 모여 각자의 탤런트를 가지고 다양한 이벤트와 기획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의 공간이 동행공간에 어떤 도움이 되고 수원의 브랜드에 도움이 된다면 그 자체로 상생하는 관계인 것 같다. 이런 상생과 연계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 수원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인문클럽’, 문화직거래장터 ‘수문장’에 이어 동행공간까지 방향이 잘 맞는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다.

 

Q.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A. 근처에 마음 맞는 분들과 조합을 만들어 마켓 문화를 만들고 싶다. 클래스 활동을 함께 이뤄 조합화한다면 고정된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걸 프랜차이즈화해 또 하나의 조합을 만들면 전국 플랫폼이 될 것이다. 우선 비사이드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비사이드는 커피와 옆에서 함께할 수 있는 공간, ‘비사이드 컬처플레이스’다. 누군가는 이 얘길 듣더니 ‘민간문화재단이 아니냐’고 반문하던데, 실제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