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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현장의 기록들- 안성·양평·하남 [친일잔재, 부(負)의 유산으로 기록되다]

‘영원’ 기념했을 친일 흔적... 잊지 않고 ‘역사’로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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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철교. 서강준기자·경기도 친일문화잔재아카이브

 

경기도에는 일제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기념물이 다수 남아 있다. 특히 지역민을 수탈하는 데 적극적으로 가담한 친일 관료나 지역유지의 기념비와 송덕비는 공원이나 학교, 면사무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원 수탈과 대륙 침략을 목적으로 설치한 기반시설도 친일잔재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은 이러한 친일의 흔적에 명확한 친일 행위를 기록했다. 그 기록은 친일잔재임을 후세에 기억하게 할 역사적 증거물이 됐다. 일제 식민지 체제를 청산하고 극복하는 역사적 상징물로 자리잡은 안성·양평·하남지역의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을 찾아가 봤다.

 

■ 과거와 현재 두루 담은 안내판 ‘역사적 인식’ 넓힌다 

남양주시와 양평군을 연결하는 다리로 최근 자전거길로 인기가 많은 북한강철교. 현재 남한강 자전거 전용도로의 일부로 활용되는 북한강 철교 500m 구간은 일제가 1937년 착공해 1939년 4월1일 경경선의 북부선 일부인 동경성~양평 구간 52.5㎞를 개통하면서 사용됐다. 일제가 조선의 자원수탈과 대륙침략을 목적으로 경부선에 이어 제2의 종관철도인 중앙선 부설을 추진했는데, 이 주요 교량 중 하나가 북한강철교다.

 

당시 조선총독부 철도국 기사 오다가 설계한 철교는 독일 라인강에 걸친 유명한 웨젤빗데 철교를 모방해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양에서 처음 보게 되는 능형 철교’, ‘외관미와 견실미를 겸비한 근대적 철교’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북한강철교 입구에 세워진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은 철교가 세워진 이유와 설계의 특징뿐만 아니라 공사 공사와 현재 활용되고 있는 상황 등을 두루 담아 역사 인식을 넓혀준다.

 

경기도에서 특히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일잔재는 인물에 관한 기념비다. 안성시 대덕면 대덕면사무소 앞에는 4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중 ‘서상준 안성군수 청덕불망비’와 ‘최태현 안성군수 청덕애민선정비’는 지난 2021년 하남시 창우양수장에 있는 광주(하남) 방규환 광주수리조합장 기념비와 함께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이 설치됐다. 친일 인물에 대한 당시 행적을 세세하게 담아 왜 비가 세워졌는지, 어떠한 이유로 친일잔재 상징물이 됐는지를 알 수 있다. 

 

‘서상준 안성군수 청덕불망비’는 1919년 8월 안성군수 서상준의 청렴과 덕성을 기리고자 세워졌다. 서상준(1875년~1944년)은 관료로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지역민을 수탈하고 친일에 가담한 인물로 꼽힌다. 1910년 강제병합 후 그해 10월 과천군수에 유임돼 파주군수, 포천군수, 안성군수, 여주군수 등의 요직을 맡았다. 1912년 8월 한국병합기념장을 받은 후인 1915년에는 다이쇼(大正)천황 즉위기념 대례기념장을, 1922년 9월에는 훈6등 서보장을 받았다. 

 

1937년~1944년 안성읍장 재임 기간엔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전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공로로 ‘지나사변공로공적조서’에 올랐다. 또한 1940년 11월 열린 기원2600년축전 기념식전 및 봉축회에 초대 받고 축전기념장을 받았다. 일제가 수여하는 각종 상을 받을 만큼 친일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그의 비문에는 “모두가 그 덕을 칭송하네, 백리쯤 되는 땅을 다스릴 만한 재주라고”라는 뜻이 적혀 있다. 

 

인근에 있는 또 하나의 기념비는 ‘최태현 안성군수 청덕애민선정비’다. 1913년 10월 안성군 소촌면에 건립됐던 이 비는 현재 건지리에 위치해 있다. 최태현은 1894년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나자 초토사군관으로 활동했으며, 일제의 식민통치에 협력한 공로로 훈장을 받는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다. 최태현은 1910년 안성군수를 지냈으며 안성시 서운면 북산리 산10번지(황재농장 앞 도로변)에도 별도의 ‘최태현 안성군수 애민불망비’ 1기가 잔존해 있다.

 

(왼쪽부터)①안성시 대덕면사무소 앞에 있는 비석에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②전 광주수리조합장 방공규환 기념비. 서강준기자·경기도 친일문화잔재아카이브

 

■ 과거 친일 공덕 기린 기념비, ‘친일’의 역사적 상징물 되다

안내판에는 이들 기념비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친일의 행적 등을 담았다. 특히 식민통치에 협력한 공로로 어떠한 훈장을 받았는지, 군수로 재임 당시 어떤 친일 행위에 가담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서술해 시민들이 제대로 된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게 돕는다. 기념비인지 친일잔재의 산물인지 쉽게 알기 어려운 비석에 ‘친일의 산물’임을 역사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곳을 지나던 강지연양(18)은 “평소 모른채 지나가던 비석 앞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으니 어떤 친일의 행적인지를 알 수 있어 좋다. 기념비처럼 자랑스러운 건 줄 알지만 사실은 우리가 잊어선 안 될 역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남시 창우 양수장으로 향하면 ‘전 광주수리조합장 방공규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 옆에는 지난 2021년 설치된 ‘친일잔재 상징물 안내판’이 눈에 띈다. 

 

방규환은 1920년부터 광복까지, 경성부협의회원을 시작으로 내선융화를 표방한 친일단체인 동민회의 이사와 평의원, 만주국 동흥은행장, 경기도 군용기헌납발기인회 발기인 등을 역임했다. 특히 군수업체인 조선비행기공업주식회사의 대주주와 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일제의 식민통치와 전쟁 동원에 협력한 친일 인물이다. 기념비는 방규환이 1927년 광주수리조합을 창설하고 조합장으로 재직하며 일제에 적극 가담한 세운 공적을 기리기 위해 유지들이 창우리 양수장 앞에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