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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칼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 최선인가 차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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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명예교수

어떻게 하면 국가정보원이 국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내가 생각해본 물음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이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이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국정원의 약화된 정보 역량이 안보 공백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안도 야기되고 있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무수한 국정원의 개혁과 변화에 대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일군의 학자들은 국정원의 권한을 통제하면 국민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묶어 놓지 않고 생선가게를 맡길 수는 없다’는 영국의 정치학자 하이에크의 주장과 같은 관점이다. 이는 무제한적 권력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대표적 논점이기도 했다.

 

사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고, 금과옥조처럼 지켜야 할 정치적 중립을 파기하고, 본연의 직무를 벗어나 일탈한 과거 사례는 그동안 국정원이 국가안보의 한 축을 담당해온 공로에도 불구하고 비판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는 두 가지 이유에서 후과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국가 안보상의 위해나 국익 침해 사항이 발생할 경우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통제할 현실적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정보와 수사의 분리가 대세라는 주장은 일면 그럴듯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금도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은 수사기관이지만 정보기관으로서 국내 수사와 보안 정보를 함께 담당한다.

 

특히 9·11테러 이후 미국은 해외 정보와 적극적 방첩활동을 국가 정보의 두 축으로 설정해 국가적 위기나 재앙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예방적 정보활동 체계를 구축했다. 프랑스의 국토감시국(DST)을 비롯해 다른 20여개 국가도 정보와 수사를 겸한 통합형 국가정보기구를 운영한다. 지금 세계가 그렇다.

 

둘째, 더 중요한 사실은 경찰이 하는 범죄 수사와 정보기관이 하는 안보 수사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범죄 수사가 사후 조치 중심이며 현장체포에 중점을 둬 기소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안보 수사는 전향적이고 위협 중심적이며 예방적 기능에 주력하는 게 특징이다.

 

기능 개편과 개혁 성공의 핵심은 권한을 어떻게 통제하고 효율적으로 극대화될 수 있도록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가진 권력이 힘이 아니라 가진 정보가 힘이 돼야 한다.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거론한 ‘한국 내 북한 고정간첩 5만명’ 주장이 사실이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2023년 벽두를 장식한 일부 진보단체들의 이적행위 의혹은 대공수사권을 결코 한가롭게 다뤄서는 안 됨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는 생존’과 직결되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북한의 노골적인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안보 여건에서 우리가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물론 국정원의 안보수사권 유지가 권력 부패와 정치적 일탈로 악용된 잘못된 과거를 답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가 극우 혹은 극좌 포퓰리즘 득세로 양분되고 있는 것은 걱정이다. 사실과 거짓,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개인의 ‘상식력’이 후퇴하는 조짐이 요즘 우리의 모습이다. 국정원의 수사권 분리 역시 국민의 신뢰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적 개혁과제이긴 하지만 현재의 열악한 방첩 인프라와 미비한 안보 수사의 법제를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제언을 하고자 한다.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투명한 절차를 유지하고 정치적 간섭은 피해야 한다. 다툼 없고, 전쟁 없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