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변평섭 칼럼] ‘홍어 받으신 분 자수하세요’

카지노 도박 사이트

변평섭 前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한 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의 당선을 위해 피자 파티를 해주는 등 선거운동을 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을 맞아 친구들을 집으로 초청, 피자를 대접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누구보다도 아들의 친구들이 ‘피자의 숨은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아이들이 일찍부터 이렇듯 선거는 돈을 써야 하는 것이라고 배우며 성장할까 두려운 사건이었다.

 

결국 ‘피자 파티’를 보며 선거문화를 잘못 익힌 어린이가 성장해 금품 거래나 흑색선전에 익숙한 솜씨로 공식 선거에 진출하고 나아가 정치 지도자가 된다면 이 나라 정치에 희망이 있을까?

요즘도 계속되는 정치의 부패, 수천만원에서 10억, 100억, 1천억원 단위로 뛰어오르는 검은 거래도 따지고 보면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등장한 ‘피자 파티’의 학습에서 시작됐는지 모른다.

 

심지어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인과 청탁인 사이에 돈을 주고받는 장면, 돈 봉투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됐다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나올 만큼,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시궁창 같은 정치와 돈의 연결 관계가 공공연해지고 있다.

한 컵의 ‘누룩’이 수백 배의 술을 만들어내듯 ‘피자 한 판’의 위력이 커지고 커져 단군 이래 최대 부정부패를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또 하나의 ‘누룩’이 등장해 사회에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3월8일 실시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그것이다. 농협·수협·산림조합 1천347곳에서 260여만명이 참여하는 이 선거는 지역과 밀접한 ‘풀뿌리’ 경제 책임자를 뽑는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금품이 난무하는 등 혼탁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조합장으로 선출되기만 하면 1억원 상당의 연봉과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제공되고 조합의 사업과 예산 집행, 직원의 인사권 등 지방에서는 찾기 힘든 대우를 받게 되니 사생결단으로 선거전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법 선거를 통해 당선되거나 구속이 되는 조합장들 때문에 2020년 30건, 2021년 18건의 재·보궐선거가 실시됐다. 얼마나 큰 사회적 비용이 지불된 것인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런 ‘불량 조합장’들로 풀뿌리 지역경제가 멍들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조합장들이 스펙을 쌓아 정치에 입문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있을까?

 

그런데 올해도 어김없이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전북선거관리위원회가 ‘금품·홍어 받은 사람은 자수해 과태료 감경과 면제를 받으십시오’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전주 모 조합장 출마자가 조합원들에게 금품, 특히 홍어를 돌린 것이 밝혀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가 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홍어 받은 사람들의 자수를 권유하는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이에 따라 20여명의 조합원들이 홍어를 받았다고 신고를 했고 계속 신고자가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홍어만 문제가 아니다. 경북선관위는 조합장 출마자가 100만원의 현찰을 돌리다 적발됐고 전남 여수에서도 돈 봉투를 건넨 출마자가 경찰에 고발됐다.

금품뿐 아니라 인사장 등 불법 유인물을 발송하는 등 여러 형태의 혼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아직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149건의 불법 사례가 적발됐다는 것이다.

 

참으로 이 땅에 건전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가 이렇게도 힘든 것인가. 과거 새마을운동하듯 선거문화 개혁을 위해 국민정신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