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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소중한 생명 살린다... ‘기적의 손’ 배우기 열풍

이태원서 초유의 압사 참사에... 경기도민들 심폐소생술 관심 뜨거워
관련 강사 스케줄 다 소화 못해... 도내 소방서도 교육생 추가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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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모인 10만여명 중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치는 초유의 압사 참사(10·29)가 발생했다.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순식간에 몰렸지만 현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규모 인명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희생자들이 양쪽에서 밀려온 강한 힘에 압박을 받아 정상적으로 호흡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느 때보다 심폐소생술과 참사 후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본보 팩트체크팀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다중밀집사고와 관련한 안전 교육 및 트라우마 극복 방안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관심은 얼마나 늘어났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안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심폐소생술(CPR) 강사들이 교육 일정을 모두 다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용인특례시의 한 응급처치교육장. 일반인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실습 교육을 진행하는 이곳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수강생 15명이 자리에 앉아 송민성 소방안전강사의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송 강사가 “위기 상황 발생 시 가장 먼저 의식을 확인하고 특정인을 지칭해 119 신고를 부탁해야 합니다”라고 말하자 수강생들은 곧장 교육용 인형의 어깨를 두드린 후 “거기 모자 쓰신 분, 119에 신고해 주세요”를 외치고 흉부압박을 시작했다.

이은혜씨(52) 역시 “이번 참사를 보며 생명을 살려야 하는 상황이 언제 어디서나 생길 수 있기에 늦은 나이임에도 교육장을 찾게 됐다”고 속내를 밝혔다.

10·29 참사 이후 심장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한 경기도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심정지 상태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11월 심폐소생술 교육은 지난 9·10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에 따르면 도내 심폐소생술 관련 응급처치 교육은 지난달 25일 기준 총 261건(6천443명 수료 예정)이다. 지난 9월(교육 137건·수강생 3천452명) 및 10월(교육 178건·수강생 5천111명)과 비교했을 때 교육이 100건가량 늘어난 것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로부터 받은 자료를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11월 일반인 대상 경기지역 심폐소생술 관련 교육 수료자는 434명으로 지난 9월 321명, 10월 364명과 비교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소방서 역시 심폐소생술 교육 횟수를 늘리며 교육생들을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용인특례시 소방서의 경우 9월 4회(44명), 10월 7회(60명)였던 교육 횟수를 지난달 19회로 대폭 확대하며 총 167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수원특례시 소방서와 고양특례시 소방서도 9월 각각 5회(175명), 10회(396명)였던 교육을 11월에는 10회(193명)와 14회(489명)로 각각 연장해 더 많은 참여자들을 모집했다.

노신규 한국응급처치교육원 대표는 “이번 참사 이후 전국적으로 ‘응급처치를 배워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리지원 나선 정부·지자체 잊혀지지 않는 고통 ‘트라우마’... 마음건강 적극 돌본다

10·29 참사 이후 많은 국민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하면서 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유관기관들은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지원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부상자 등에 대해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심리적 안정과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4일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올해 10월30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센터의 상담건수는 4천68건에 이른다. 집중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심리검사와 심층면담을 진행해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정신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고 목격자와 도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곳에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선 도는 31개 시·군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를 연계해 24시간 상담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올해 10월31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건수는 721건이다. 이 중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에서 고위험군으로 선별된 이들은 54명으로 집계됐다. 도는 이들에게 정신의료기관 이용과 치료비 지원 등을 안내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파주시·화성시·구리시·오산시·이천시 등 5곳에서는 마음안심버스를 운영해 직접 찾아가는 정신건강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는 10·29 참사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1388 심리지원 특별상담실’도 가동 중이다. 만 9세에서 24세 청소년 중 사고 현장을 목격·경험했거나, 친구·가족·지인이 피해를 입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 외상 심리 전문상담사가 심리상담과 안정화 교육을 지원한다.

도내 청소년의 경우 참사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226건의 상담전화가 이뤄졌다. 이 중 메일, 문자,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상담을 받은 청소년들이 145건(65%)이었으며, 주로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한 후 공황장애와 불안을 호소하는 상담이 많았다. 심리상담을 받은 김태우씨(18·가명)는 “참사 이후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어 고통을 받았다. 상담을 받은 이후 조금은 편안한 기분이 들어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조현섭 총신대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10·29 참사와 같은 대형재난은 심리적 외상을 남길 수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발 빠른 대응을 했다”며 “국가트라우마센터와 도내 각 지자체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연계돼 빠른 심리지원이 가능했다.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도민 안전 최우선... ‘핫라인’ 구축

도민들의 트라우마 치료와 함께 경기도는 이 같은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 사고 예방에 총력을 쏟고 있다.

4일 도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 안전에 초점을 맞춘 도민 안전대책 다섯 가지를 발표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안전 예방 핫라인 구축 △도민안전 혁신단 구성 △사회재난 합동훈련 실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강화 △국민안전자문회의 설치 및 운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도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도민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도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안전 정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민 누구나 안전 위협요소를 발견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예방 신고 수단인 ‘안전 예방 핫라인(010-4419-7722)’은 어려움에 처한 도민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경기일보 취재 결과, 지난달까지 안전 예방 핫라인을 통해 1천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10·29 참사 이후 도의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신고를 비롯해 고독사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도와 달라는 내용들도 포함됐다. 도민과 친숙하도록 휴대폰 형식으로 이뤄진 안전 예방 핫라인은 도 누리집과 개설 예정인 경기도 카카오톡 채널로도 신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김 지사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번호(010-4419-7722)를 꼭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도민안전 혁신단과 드론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ICT 기반 스마트안전관리, 실제 작동 가능한 합동훈련과 대통령 직속 국민안전자문회 등도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도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일시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예방 핫라인 구축 등은 분명 의미있는 정책이지만 여기서 그치지 말고 도민과 계속 소통해 더 좋은 안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체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4분의 기적’ 올바른 심폐소생술 방법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마비된 사람의 호흡을 돕고 혈액을 순환시키는 응급치료법으로 올바른 방법을 알고 있으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4일 한국응급처치교육원에 따르면 심장마비 환자를 목격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또 정확한 방법으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이 3배가량 뛴다.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올바른 심폐소생술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심장마비 환자를 발견하면 그 즉시 반응을 확인한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가벼운 터치로 의식이 있는지 파악한다.

둘째, 특정한 사람을 지목해 119 신고를 요청한다. 만약 주변에 심장충격기가 있다면 즉시 가져와 사용한다.

셋째, 가슴압박을 규칙적으로 30회 시행한다. 환자를 바닥이 평평한 곳에 눕힌 뒤 가슴뼈(흉골) 아래쪽 절반 부위에 깍지를 낀 두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대고 양팔을 쭉 펴 체중을 실어 가슴을 압박한다. 가슴 압박은 성인 기준 분당 100~120회 속도와 약 5㎝ 깊이로 중단 없이 빠르게 실시한다.

넷째, 인공호흡을 2회 시행한다. 환자의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열어주고 엄지와 검지로 환자의 코를 막고,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막은 후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1초에 걸쳐 숨을 불어넣는다. 숨을 불어넣어 준 후에는 입을 떼고 코도 놓아주면서 공기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 30회의 가슴압박과 2회의 인공호흡을 119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반복한다. 호흡이 회복됐다면 환자를 옆으로 돌려 눕혀 기도가 막히는 것을 예방한다.

노신규 한국응급처치교육원 대표는 “심폐소생술은 단순히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의 손상을 지연시키는 응급처치”라며 “정확한 심폐소생술 방법을 알아야 4분의 골든타임 동안 환자의 심장을 뛰게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팩트체크팀=양휘모·임태환·한수진기자·김건주·오민주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