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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Saving Lives, 적십자가 동행합니다] ⑤삶의 터전 앗아간 수마… 생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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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9일 집중호우 이후 폐허로 변해버린 서정훈씨의 비닐하우스 모습. 경기적십자사 제공

⑤ 코로나 고비 넘자 찾아온 집중호우, 삶의 터전을 삼켰다

“자식처럼 키우고 일군 곳인데,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겠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불편한 다리를 하고도 연신 웃음을 짓던 서정훈씨(57·가명)의 눈에 눈물이 고인 건 무너져버린 의왕시의 한 비닐하우스 앞에서다. 이곳은 그가 직접 삽질을 해 묘목을 심고, 그 묘목이 사람 키를 훌쩍 넘긴 나무가 될 때까지 매일을 보살피며 일군 삶의 터전이었다.

서씨는 15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새로운 출발이자 삶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화훼 농업을 위해 이곳에 자리 잡은 그는 매일을 몸이 부서져라 일하며 나무들을 기르고 가꿨다. 이곳에서 딸 지연양(9·가명)도 얻었고, 아이가 커가듯 자식 같은 나무들이 커가는 모습도 함께 했다.

꽃 옆을 꾸미는 장식 나무들을 키우던 그는 코로나19라는 예상 못한 직격탄에 지난 몇 년 간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던 그에게도 다시 희망이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잦아들면서 졸업식이며 입학식 같은, 그의 나무를 필요로 하는 행사들도 정상적으로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이제 다시 시작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그때, 또다시 삶의 무게가 그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19일 오전 의왕시의 한 농장 앞에서 서정훈씨(57·가명)가 지난 집중호우 당시 물이 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경기적십자사 제공

그의 일상이 무너져버린 건 지난 8월9일, 수도권을 덮친 집중 호우 때였다. 늦은 밤 딸과 함께 잠을 청한 그는 곧 서늘하게 젖어오는 등줄기에 눈을 떴다. 딸과의 보금자리이던 비닐하우스 안으로는 범람한 하천의 물과 쏟아지는 빗줄기가 밀려 들어왔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던 가구들은 물에 떠내려갔고, 나무를 키울 때 쓰던 경운기마저 흙더미에 파묻혔다. 그렇게 그는 옷가지 하나를 챙길 새도 없이 어린 딸의 책가방만을 들고, 딸을 목에 태운 채 필사의 탈출을 했다. 몇 번을 물에 빠지면서 겨우 빠져나온 그에게는 곧 살았다는 안도보다 큰 처참함이 밀려들었다.

매일 ‘잘 지내고 있지’라고 말을 건네며 가끔은 자식처럼, 가끔은 친구처럼 그의 삶을 지탱해주던 공간은 폐허로 바뀌어 있었다. 빗물을 타고 밀려 들어온 각종 쓰레기들이 뒤엉켜 나무를 감싸고 있었고, 냉장고며 우편함 같은 집기들도 이미 여기저기 널브러져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렇게 그에게는 갈 곳도, 살아갈 길도 사라져버린 생계의 무게 만이 남았다.

딸과 함께 의왕시에서 제공한 월셋방에 머물고 있는 그는 앞으로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이재민을 위한 지원이 3개월까지만 가능해 11월이면 월셋방에서도 쫓겨날 신세이기 때문이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그가 수십만원의 월세를 부담하기란 불가능하다. 몸이 불편한 그가 자식 같은 나무들을 두고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복구를 위해 인부들을 부르면 하루 8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연이와 서정훈씨에게 도움을 주실 분들은 QR코드로 접속하시면 후원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그는 평생 일궈온 이곳을 다시 되살리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했다. 서씨는 “이제 막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가 불행을 안고 사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전처럼 여기서 일하고, 아이 학교 보내면서 살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관계자는 “삶의 터전 자체가 사라져서 당장은 아이를 키우며 생계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