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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법] ‘환율 폭등’ 국민이 두려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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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원유 도입 가격이 달러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39% 올랐다. 그런데 원화 기준으로는 58% 올랐다. 상승률 차이인 19%포인트가 환율 효과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만4천984달러에서(1달러=1천396원 적용) 6개월 만에 2만9천470달러로 줄었다. 환율 폭등이 금리 인상 및 인플레 지속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및 실질소득 감소, 자산시장 침체, 그리고 수입 비용 급증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문제가 집약된 환율 상승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강달러에 그 원인을 돌리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안전자산군에 속하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도 가치가 크게 하락했는데 한국의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사고는 말 그대로 (20세기 문법에 사로잡힌) 고정관념이다.

유로, 엔, 파운드의 몰락은 일본, 유로존, 영국 등이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통화 프린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경제 회복을 만들어내지 못한 데서 비롯한다. 유로존 GDP(달러 기준)는 2020년(13조273억달러)까지 2008년 수준(14조1천583억달러)에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영국 GDP도 2020년(2조7천569억달러)까지 2007년 수준(3조1천62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은 최악이다. 2021년 GDP(4조9천374억달러)가 아베노믹스 시행 직전인 2012년(6조2천724억달러) 수준에 크게 미달할 뿐 아니라 ‘잃어버린 30년’이 회자할 정도로 1995년 수준(5조5천456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르핀이 순간 고통을 완화할 뿐 치료제가 될 수 없듯이 값싼 통화 공급만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는 없었다. 정치 실패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강요받은 미국의 통화긴축 전환이 유로, 엔, 파운드 몰락의 방아쇠가 됐을 뿐이다. 중심통화 몰락의 근본 배경이다.

원화 가치 폭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G20 나머지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안전자산들이나 한국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6월 이후 9월 중순까지 원화 가치 하락폭(-11.8%)은 유로(-6.2%)나 파운드(-7.8%)는 물론이고 심지어 엔화 하락폭(-11.0%)조차 앞질렀고, 경제위기설 국가들로 분류되는 튀르키예(-11.4%)보다 컸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정도만 원화보다 더 하락했을 뿐이다. 이처럼 원화가치 폭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환율은 해당 국가 경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 원화 폭락의 주요인은 ‘잘못 끼운 첫 단추의 함정’에 빠졌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며) 환율을 방치한 결과 강요된 금리 인상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고,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붕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환시장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며 잘못된 기대감을 조장한다. 외환시장 협력이 한미 통화 스와프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사실상의 희망고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먼저 미국의 달러 스와프 라인 개설은 연준 통화정책 필요성 차원에서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는 (금융 및 실물 위기로 달러를 풀어야만 하는) 2008년이나 2020년 상황과 달리 통화긴축으로 전환하는 상황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연준이 2008년과 2020년 달러 스와프 라인을 개설한 이유는 달러 공급을 하지 않으면 교역국들이 다량 보유한 미국채나 MBS를 매각함으로써 이 증권들을 매입하는 연준의 목표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연준 규정에 따르면 달러 스와프 라인 재개설은 한국만 허용할 수 없고, 규정대로 9개국으로 확대할 경우 연준의 양적긴축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둘째, 연준의 통화정책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미국 및 국제 경제에 부정적 확산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준은 2020년 3월 (외국 통화당국이 보유한 미국채를 연준에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레포(Repo)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올해 7개월 동안 외국인의 미국채 수요가 약 2천500억달러나 감소할 정도로 미국채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즉, 연준은 미국채에 대한 매력을 증대시킬 목적으로 도입한 피마레포제도를 활성화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스와프 라인을 재개설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의 정상화보다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놓고는 외부의 힘에 매달리며 국익만 해치는 형국이다. 현재의 환율 폭등을 국민이 두려워하는 이유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