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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지원 종료, 비극의 카운트다운] 경기도형 전략 세워, 수출강국 이어가자

미국·네덜란드 등 지원체계 확립...보조금 폐지에도 큰 영향 없어
지역특색 맞게 생산단체 조직화...K-농식품 성장 자생력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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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시장에 수출된 충남산 배를 들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 충남도청 제공

完. 대책 마련 시급

국내에서도 수출 보조금 지원 폐지에 대비해 많은 지자체들이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 중 가장 우수한 사례로 꼽히는 곳이 자체적인 수출 인프라를 구축한 충청남도다. 충남도는 국내 최초로 인도 시장을 개척했으며, 인도네시아 배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농식품 수출 우수 지자체다.

이밖에 전라남도는 지난 2019년 농업 전문가, 농업인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지자체가 직접 WTO 개도국 지위 변경 결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경기도, 경상남도 등은 관련 의견 수렴 간담회 등을 개최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충남도는 어떻게 이런 성과를 달성하게 됐을까? K-ECO팀이 직접 충남도 농식품 수출 업체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17일 아산원예농협거점산지유통센터에서 수출용 배 선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은진기자

■ 수출 물류비 폐지 ‘끄떡없어’…“추석 이후 더 바빠”

17일 아산원예농협거점산지유통센터.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일본, 유럽 등으로 수출될 충남배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최근까지 명절 내수용 상품 작업이 주를 이뤘지만, 이날부터는 또다시 수출용 배 작업이 시작됐다. 상처가 난 배를 골라내던 한 작업자는 “추석 전이 제일 바쁠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수출량이 많이 늘어 명절 이후에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귀띔했다. WTO 수출 물류비 폐지로 인한 수출 물량 감소로 작업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경기도 농식품 수출업체들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천안배원예농협 관계자는 “충청남도는 수출물류비 폐지를 대비해 매년 다양한 사업들을 시험해보고 있다. 아직까진 준비 단계지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면서 “이런 지원들 덕에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 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는 내수 상품 생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충남도는 농민들과 수출업체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마련해 배 수출량을 대폭 끌어올렸다. 그 중 비율이 가장 높은 對 인도네시아 배 수출액은 2012년 1만2천달러에서 지난해 64만8천달러로 10년 새 54배 늘었다. 지난해 전국 기준 對 인도네시아 배 수출액(43만7천달러·충남도 제외)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 발빠른 대책 마련…‘비관세장벽 해소지원사업’ 등 자체 신규 사업 도입

이 같은 배경에는 충남도의 발빠른 대책 마련이 있었다. 충남도는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가 결정된 2015년 이후 단계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2018년부터 자체적으로 ‘비관세장벽 해소지원사업’을 도입·시행했다. 일반적으로 비관세장벽이라고 하면 검역과 관련된 사업 혹은 검역자재 지원을 떠올리는데, 이 사업에는 수출용 배 봉지 지원과 수출용 열처리 목재 팔레트 지원, 농약잔류검사 등도 포함됐다.

검역은 보통 수입국에서 원하는 규정에 맞게 진행되는데, 미국, 캐나다 등의 경우 ‘한국산 배는 봉지를 씌워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존재한다. 이에 수출농가 입장에서는 포장지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애로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 사업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 배 농가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농가를 위한 생산비 지원뿐만 아니라 수출에 대한 인식 개선, 안전성 검사비 등이 지원되는 경우 해외 바이어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남도의 수출농가들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용준 천안포도수출영농조합 대표는 “충남도의 지원으로 R&D에 투자하며 생산비와 인건비를 절감하는 한편 해외 시장 수요 조사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수출 물류비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른 지자체에 없는 사업으로 좋은 상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되니 우리만의 수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충남도가 개척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전용항로. 충남도청 제공

■ 전용항로 개척…독자적 해외시장 마련

충남도는 해외 판로 개척에도 앞장섰다. 2019년 첫 선적을 시작으로 인도에 진출했고, 앞서 인도 최대 과일 수입유통업체를 초청해 충남도청과 아산 배 생산지를 방문하는 등의 사전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인도는 관세(40%)가 높고 인도의 검역조건(0℃로 40일간 보관)도 까다로웠다. 충남도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배를 면밀히 관리하는 한편 검역검사본부, 인도 주재 한국대사관과 협력해 통관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충남도의 배 통관을 성사시킨 것도 비슷하다. 농림축산식품부 개최 ‘개발도상국 검역관 초청 지원 사업’에서 충남지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검역관들이 충남 배의 병해충 안정성을 인정하면서 국내 최다 對 인도네시아 배 수출 지자체가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시 충남산 배에 한해서만 자카르타 인근 탄중 프리옥 항구를 개방했고, 충남도는 이를 통해 충남 배의 인도네시아 수출 실적을 크게 늘리기도 했다.

충남도와 달리 타 지자체는 탄중 프리옥 항구에서 789km 떨어진 수라바야 항구를 쓸 수밖에 없는데, 수라바야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서는 2TEU(40피트 표준 컨테이너 1대)당 운송비 200만원과 약 3일의 기간이 추가로 소요된다. 즉, 타 지자체는 같은 상품을 수출한다고 하더라도 가격과 상품성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어 충남도의 독점적인 시장 유지가 가능해진다.

이로써 충남도는 지난해 전국 9개 도 중 수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였을 뿐만 아니라 8천52억원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는 등 국내 농식품 수출의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 농식품 수출 전담 공무원 채용…전문성 확보

충남도는 수출 분야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민간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자체적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업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타 지자체와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10년째 충남도의 농식품 수출 관련 업무를 전담한 해당 공무원은 WTO 수출 물류비 감축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 업계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밝았고, 어떤 대책이 실질적으로 농가와 수출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업계 의견을 취합하기도 수월했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WTO 수출 물류비 폐지에 대비해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지금까지 지원해 오던 온라인 수출상담회, 해상운임 지원, 현지 홍보판촉 등을 병행하며 농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충남 자체 인프라 구축… 국내 농식품 수출 ‘일등공신’

농식품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해외 사례를 토대로 경기도에 적합한 지역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미 수출 보조금이 폐지된 상황임에도 실적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해외를 예로 들며, 경기도만의 농식품 수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앞서 수출 물류비 보조 폐지 절차를 밟아왔던 해외 국가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있을까.

네덜란드와 미국의 최근 4년간 수출 증감액(단위: 톤, 달러). KATI 농식품수출정보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농산물 수출국 1~2위인 미국과 네덜란드 등 농식품 수출 선진국들은 이미 각국의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조직화 등 제도적 지원체계를 확립해 수출 보조금 폐지가 농식품 수출 성장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미국과 네덜란드 등은 WTO에서 수출 물류비 폐지가 화두에 오르던 1980~90년대부터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다.

미국은 1996년부터 농산물 자조금에 대한 제도를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단체로는 워싱턴사과위원회가 있다. 워싱턴사과위원회는 수출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워싱턴주()의 사과생산자들에 의해 조직됐으며, 이를 통해 생산자·선과업체·판매업체·수출업체 등 사과산업과 관련된 모든 조직들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 단체는 정부지원금을 수출국 맞춤형 전략품목 개발해외마케팅 활동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 또 해외 각 국가에 마케팅 전문가를 배치하는 등 전략적으로 수출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지난 2000년 개인 식품 개발자가 농식품과 관련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식품혁신센터도 설립했다. 개인이 상품화 하고자 하는 농식품에 대해 상품성 판단부터 제품 생산, 포장, 유통, 마케팅, 수출 등 전 과정을 지원해주는 기관이다. 이후에도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미국의 농식품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대한민국의 절반도 안되는 국토면적과 3분의 1가량의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전 세계 2위 농식품 수출국이다. 습한 기후와 높은 인건비 등 대한민국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수출 강국으로 성장해 배울 점이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힌다.

네덜란드 정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수출보조금 등 직접적인 지원보다 생산방법에 관한 연구개발 활동 등 제도적 지원에 중점을 뒀다는 것이다. 마케팅과 수출은 품목별 업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수출 증진을 위한 제반 비용 역시 이들의 자조금으로 충당했다.

특히 생산 및 유통에 대한 통제권한 부여한 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와, 단일 유통창구인 통합마케팅조직으로 구성되는 수출 체계를 확립해 안정적인 산업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시스템연구부 연구위원은 지역 특색에 맞게 특정 품목별 생산자단체를 조직화하고 자체적으로 자조금을 내게 하되, 정부에서는 그 자조금 단체에 대한 일반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기반이 돼야 자조금 단체들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별기고 “농식품 수출 보조금 폐지…道 선제 대응 나서야”

김은정 앨리스경영연구소 대표(농림축산식품부 정부위원)

“수출 보조금 폐지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기도부터 선제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김은정 앨리스경영연구소 대표(농림축산식품부 정부위원)는 2024년 농식품 수출 보조금 폐지에 대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그는 “지자체는 정부에서 정책이 나오면 그대로 시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현장에서 설계하고 제안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기관”이라면서 경기도의 수동적인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또한 지자체 정책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자체 사업을 고민하고 지역 특색에 맞는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인구가 많고 토지 면적이 넓은 경기도가 지역 농식품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부 미흡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경상남도 등 다른 지자체는 비공개로 (수출 농업계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하는 등 가이드라인까지 다 잡아놓은 상황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하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당장 우리나라 안에서부터 수출 경쟁력에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아직까지 해외 판로가 안정적이지 않은 품목들의 경우 수출 보조금 폐지가 더욱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판로가 구축됐다면 자조금 단체를 형성해 우회적인 지원이라도 받을 길이 있으나, 판로가 아예 없을 경우에는 단체 형성부터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수출 물류비 지원 폐지에 따른 ‘간접적인 지원책’ 마련을 제안했다. 김은정 대표는 “농식품 수출은 국가의 경쟁력과 안정적인 산업 확보에 그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수출 물류비가 이미 감소하고 있던 만큼 추후 간접적으로 농식품 수출을 장려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어 지금의 성장세가 더 크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ECO=이호준·이연우·한수진·이은진기자

‘K-ECO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