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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있는 뉴스] 남편의 일탈과 남겨진 빚…사망신고도 하지 않았던 수원 세 모녀

사업 실패한 남편 큰 빚지게 돼...‘세 모녀’ 남겨두고 세상과 이별
빚 상속 우려 사망신고조차 못해...서금복 “위기 가구 판별 어려워”
수요자 중심 복지체계 개편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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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암ㆍ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빈소에 원불교 교무들이 추도식을 거행하고 있다.2022.08.25

■ 한국의 집시(방랑자) 자유 찾아 캠핑 떠난 남편, 방치된 수원 세 모녀

암 투병과 생활고에 시달린 채 월셋집을 전전하며 한줄기 희망조차 기대하지 못했던 수원 세 모녀에게도 가장은 있었다.

남편 A씨는 2000년 초반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 부도를 포함해 2차례 사업에 실패하며 큰 빚을 지게 된다.

이후 세 모녀 가정은 빈곤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이런 와중에 돌연 A씨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 일주에 나섰다. 중년의 호기로운 방랑생활이 입소문을 탔는지 A씨는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해 얼굴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의 일탈에 그 공백을 메운 것은 A씨의 장남이었다. 택배일 등 궂은 일을 도맡으며 암 투병과 희귀병을 앓는 세 모녀의 생활을 책임져 왔던 장남은 2019년께 사망했다.

이후 A씨는 술에 취해 용인의 한 계곡에 입수한 상태로 사망했다. 사인은 저체온증. 본격적인 추위가 불어닥친 2020년 11월 어느 날이었다.

A씨는 삶의 벼랑 끝에 놓여 있던 세 모녀를 남겨두고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 부인 명의로도 사업 실패하고 떠난 남편…사망신고조차 할 수 없었던 수원 세 모녀

A씨 사망 이후 당시 용인동부경찰서는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은 A씨를 변사처리했다. 이 같은 비보는 곧바로 세 모녀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세 모녀는 A씨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남편이 남기고 간 빚 상속 문제가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A씨가 남긴 빚의 구체적인 규모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총 2차례의 사업 부도 가운데 1차례는 A씨의 아내 명의로 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세 모녀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복지 사각지대에서 빚더미 위에 놓인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이어오다 지난 21일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 늘어나는 금융 복지 상담…피상담자에 의존하는 체계

빚더미에 발목이 잡힌 세 모녀처럼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 등 금융 복지 서비스의 제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신청서 작성,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관련 서류만 제출되면 빚 상속 포기가 이뤄지는 등 채무와 관련한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하기에 이러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경기복지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빚 상속 포기, 개인 파산 신청 등 채무와 관련한 상담을 진행하는 경기도 서민금융복지센터(이하 서금복)의 이용자 중 수급자 비율은 지난 2015년 11%에서 다음해 20.7%로 점차 오르더니 지난 2020년에는 38.8%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급자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서금복의 한계는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서민의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 받는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달리 경기도의 보조금 사업인 서금복의 경우 피상담자의 복지 서비스 수급 내역 등을 조회할 권한이 없다. 채무에 따른 죄의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밝히기 꺼리는 피상담자가 본인 얘기를 하지 않는 이상 위기 가구로 인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복지재단은 피상담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상담을 요청하는 이용자들이 서금복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서금복 관계자는 “민간단체인 롤링주빌리지가 복지 서비스 내역 조회 등 권한 확보에 대한 목소리를 낼 때마다 함께 동참하고 있다”며 “이와는 별도로 서금복 차원에서 지하철 게시물 부착 등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근홍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제는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복지체계가 개편돼야 한다”면서 “학부형 자세를 지닌 상담사가 역량 강화로 위기에 처한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동시에 복지 서비스 내역 조회 등 권한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양휘모·이정민·김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