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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로 미리보는 경기교육] 1편.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 ‘첩첩산중’

기업·교육현장 연결 고급인력 양성, 과제 산적… 사업 험로 예고
전문 교사없고 막대한 예산 불가피...道·지자체와 협업 정책 실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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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7월6일 오전 수원특례시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8일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발간한 백서를 바탕으로 경기교육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경기일보는 임 교육감의 교육 청사진이 담긴 백서를 토대로 인재 양성, 교권보호, 혁신교육의 재구조화, 아이 돌봄, 미래교육 등 총 5편에 걸쳐 도교육청이 향후 4년간 추진할 핵심 정책의 과제가 무엇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편집자주

 

백서로 미리보는 경기교육 1편 - 반도체 인재양성


경기도교육청이 반도체 산업의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을 선언했다.

도내 전무한 반도체 교사 전문 연수와 수억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장비 값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경기교육 혁신을 공언하며 새롭게 닻을 올린 임태희호가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0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는 경제 안보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의 인력을 집중 양성하는 ‘High Tech 고등학교 설립’ 구상을 백서에 담았다.

인수위는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중 하나로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을 제안했다.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전국 단위의 학생을 모집하는 기숙형 학교 형태로 마이스터고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기조는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을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교육부에 과학기술 인재 공급을 주문한 것과 궤를 함께한다. 앞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지난달 6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100만 반도체 인력 양성의 중심은 경기도가 맡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면서 “반도체와 바이오 등 우리 산업의 중추가 대부분 경기도에 있는데 이런 기업들과 교육 현장을 연결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고급인력으로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이 경기교육에 안착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반도체 관련 지식을 가르칠 교사가 전무한 데다 연수기관도 자체 연수가 아닌 외부로 한정돼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현재 반도체 관련 연수는 한국과학기술대, 한국나노기술원 등 전문 기관 또는 일부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수 일정이 학교 교육일정과 맞지 않아 교사들이 학기 도중에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억대에 달하는 값비싼 반도체 장비와 전기세 등 1년에 장비 유지비만 2억원을 넘겨, 향후 마이스터고 운영 시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도교육청은 반도체 인력 양성과 관련경기도와 협업을 진행하고, 교사 및 학생 연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광교테크노밸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의 기관과 기존 연구 장비를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올해 겨울부터는 해당 기관과 협업한 자체 연수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인특례시가 마이스터고 설립에 대한 의사를 내비쳐 현재 실무자 단계에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관련 수업을 받고 있는 수원 하이텍고 학생들의 모습. 수원 하이텍고 제공

반도체 인재 양성 성패 열쇠는… ‘기업 지원·교사 연수’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촘촘하게 짜여진 교사 연수가 반도체 인재 양성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지난 2010년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충북반도체고등학교는 전국에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다. 10년 넘게 쌓인 노하우와 50개에 이르는 협약 업체를 바탕으로 매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반도체 인재’로 사회에 뛰어들고 있다.

이 학교의 성공 요인은 산업 현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인력을 집중 육성했다는 점이다. 충북반도체고의 경우 반도체 공정 과정 중 포토, 에칭 분야에 SK하이닉스 퇴직자를 기용했다. 또 SK하이닉스 엔지니어가 주기적으로 학교로 파견돼 학생과 교사에게 기술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적성에 맞춰 반도체 제조과, 반도체 장비과, 반도체 케미컬과로 학과를 세분화하고 포토(Photo), 에칭(Etch), 확산(Diffusion), 박막(Thin Film), 조립(Package), 검사(Test) 등 분야별 첨단 실습장비를 들여와 산업 현장을 그대로 구현하려 노력했다.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충북반도체고를 방문한 강원도교육청 직원들의 모습. 충북반도체고 제공

충북반도체고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일반 교육장비와 다르다”면서 “학생들이 장비를 만져보고 간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서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성공하려면 교사 연수가 중요하다”며 “본교는 교사들의 산업체 연수와 함께 반도체 분야를 잘 아는 고경력의 교사들이 교사들을 가르치는 자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2년 전부터 반도체 관련 학과를 운영하기 시작한 수원 하이텍고는 올해 2학기부터 정밀기계과, 자동화시스템과, 전기전자제어과 등 전 학과에 반도체 교육과정을 시행한다. 충북반도체고보다 늦은 후발주자지만,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 교장을 맡으며 산업 현장과의 협력, 전문적 교육과정 등으로 다른 학교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수원 하이텍고는 학생들이 반도체 장비 유지보수 기능사 자격증를 취득할 수 있도록 명지대에 위탁교육 맡긴 상태다. 특히 지난해 교내에 고가의 반도체 장비 4대를 도입해 교육에 내실을 다지고 있다.

충북반도체고 등의 성공 사례를 빗대어 볼 때 임태희 교육감이 천명한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성공적인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선 다수의 전문 교사 양성과 예산 확보(전기세 등 유지보수 관련 비용) 등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수원 하이텍고 관계자는 “고가인 반도체 장비가 있어야 학생들이 기능 시험을 볼 수 있어 작년에 장비 4대를 도입했다”면서 “또 반도체 관련 수업이 다른 과목과 비교해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해 교사 연수도 관련 기관에서 받고 있으나 교사 1명이 장기 연수를 받기는 어려운 구조여서 대부분 원격으로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사업 추진 단계여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지만 학교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들을 청취해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며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민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