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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슈] 버려진 공간... ‘꿈’으로 채우다

교육기관·지자체들 손잡고 탈바꿈...침체된 지역에 새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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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폐교된 용인특례시 기흥중학교를 1년여간 손봐 '경기학생스포츠센터'로 다시 문을 열었다. 김시범기자

지난 1982년 정부의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과 저출산, 지역 불균형 개발 등에 따른 구도심 인구 이탈로 학생이 급감하면서 경기도내 폐교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기관과 지자체가 버려진 폐교를 적극 활용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교육과 문화·체육시설로 탈바꿈시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로컬이슈팀이 침체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한 폐교를 직접 찾아가 봤다. [편집자주]

용인특례시 기흥구에 위치한 경기학생스포츠센터(이하 센터). 지난 2019년 폐교된 기흥중학교(지상 4층·총면적 6천495㎡)를 1년여간 리모델링한 끝에 ‘바이크 레이싱 ZONE’, ‘스포츠융복합 콤플렉스 농구대’, 축구 슈팅과 드리블, 농구 연습이 가능한 ‘세계로 미래로실’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22개의 실내스포츠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정대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의 안내로 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스마트 손목밴드 기기를 착용한 상하초등학교 학생 30명이 키오스크 앞에 차례로 팔을 터치해 등록하고 있다. 학생들은 프로그램 담당 선생님과 함께 층별로 돌아다니며 다양한 실내스포츠 활동을 즐겼다.

2019년 폐교된 용인특례시 기흥중학교를 1년여간 손봐 '경기학생스포츠센터'로 다시 문을 열었다. 김시범기자

이곳은 경기도교육청과 용인특례시가 힘을 합쳐 폐교를 체육시설로 리모델링한 전국 최초 사례이자, 학생들을 위한 복합스포츠센터다. 운동장 부지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수영장과 다목적체육관 등 다목적 체육시설과 함께 지하주차장이 내년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학생 교육과 지역주민 편의가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을 폐교라는 버려진 공간을 통해 다시 만들어 낸 셈이다.

성정현 경기도교육청 학생건강과장은 “학생 건강 증진과 미래 학교체육에 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국 최초로 센터를 건립하게 됐다”며 “또 다른 폐교를 활용해 학생들을 위한 스포츠센터 건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평택시 웃다리문화촌(이하 문화촌)은 지난 2000년 복창초등학교와 통폐합으로 폐교한 금각초등학교 서탄분교장에 조성됐다. 평택교육지원청의 무상임대 사용 승인과 주민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1만538㎡ 규모로 지난 2006년 개관됐다. 평택문화원이 현재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전시 공간 9곳을 통해 회화전 2건, 19~20세기에 제작한 카메라 4천여점, 나비를 주제로 한 현대민화작품 등이 전시 중이다. 금각분교의 역사를 잃지 않기 위해 흑판, 걸상, 석탄난로, 옛 교과서 등을 가져다 교실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이보선 평택문화원장은 “문화촌은 폐교를 활용해 학교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문화예술 체험공간으로 사랑받는 장소가 됐다”고 말했다. 

2000년 평택 복창초등학교와 통폐합으로 폐교한 금각초등학교 서탄분교장에 조성된 '웃다리문화촌'. 김시범기자

체육관·교육센터·문화 쉼터...‘기발한 변신’ : 버려진 공간 폐교의 재발견 

경기지역 내 폐교된 학교들이 학생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탈출구가 전혀 없어 보였던 폐교가 지역 문화공간 등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4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경기도내 폐교된 초·중·고교는 모두 93곳이다. 시·군별로는 성남 1곳 부천 1곳 안산 2곳 평택 1곳 여주 7곳 화성·오산 6곳 광주·하남 4곳 양평 13곳 이천 3곳 용인 3곳 안성 8곳 동두천·양주 3곳 고양 3곳 구리·남양주 3곳 파주 6곳 연천 11곳 포천 8곳 가평 10곳 등이다.

이 가운데 활용되고 있는 폐교는 83곳이다. 교육용 시설 등의 목적으로 지자체 등에 대부를 준 곳은 61곳, 자체 활용 중인 학교는 15곳이다. 7곳은 현재 경기교육정책에 부합한 사업을 위해 검토 중이다. 반면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곳은 10곳이다.

지난 3월 폐교한 포천 영평초등학교는 새로운 문화예술교육시설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포천시에 대부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공간 소공연장 창의·창작 개발공간 등 지역주민과 함께 소통하는 ‘꿈꾸는 예술터’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내년에 개관 할 예정이다.

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영평초등학교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문화예술교육 전용시설 조성지원(꿈꾸는 예술터) 공모사업으로 선정됐다”며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역주민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교를 매각하지 않고 자체 활용을 통해 지역에 맞는 교육시설로 재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곳도 있다. 검토 중인 곳으로는 목동초등학교 도대분교장 청평초등학교 회곡분교장(이상 가평) 포천 금주초등학교 △부천 덕산초등학교 대장분교장 양주 가납초등학교 현암분교장 파주 법원초등학교 화성 서신초등학교 제부분교장 등 모두 7곳이다. 대다수가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못했지만 교육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큰 곳들이다.

가평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청평초등학교 회곡분교장은 예술학교, 목동초등학교 도대분교장은 쉼터학교 등으로 각각 활용할 예정”이라며 “이에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전체적인 추진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제언

경기도내에선 폐교된 10곳이 아직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 전문가들은 활용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 폐교가 아닌 지역사회·상권붕괴나 지적자산 소실 등의 문제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 및 지원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경기대 경영학부 교수는 “학교는 대부분 읍·면·동 지역생활권 중심에 위치해 있다. 그러한 학교가 폐교되면 지역사회 또한 천천히 붕괴된다”며 “가장 중요한 건 폐교가 오래 방치되지 않도록 관계기관들이 모여 재활용을 사전에 준비하고 협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폐교 재활용 시기가 늦어질수록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현욱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폐교를 장기간 방치하면 폐허가 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자체는 이를 골칫덩어리로 생각해 폐교 부지를 민간 사업자에게 헐값에 넘기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 같은 경우 지역 발전이 아닌 개인 이득을 위해 부지가 활용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지역사회 용도로 활용하는 데 큰 제한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폐교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도민 생명과 안전 등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건물을 바로 철거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게 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용도를 찾지 못해 방치한다면 비행청소년이나 노숙인들의 쉼터로 전락할 수 있다. 안전점검 실시 미흡, 유지관리 소홀 등으로 화재에 취약한 데다 외장재 탈·추락 등이 발생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간 방치 중인 폐교라면 효율적인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컬이슈팀=김경수·박용규·안노연·이대현·김기현·안치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