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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칼럼]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부가 중심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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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 국정감사가 있었다. 국방위 종합감사가 있기 불과 사흘 전에 북한이 KN-23 개량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기에 종합감사장 안은 긴장이 가득했다. 어떤 국회의원이 물었다. “북한의 SLBM, 극초음속 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관은 어떻게 보냐”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에 너무나 당연한 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서욱 장관은 도발이 아니라 위협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도발이라고 생각하고, 도발이 맞나 안 맞나를 물었는데 서장관은 위협만 되풀이한 것이다.

답변이 이것으로 끝났으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 장관이 도발을 “우리 영공〈30FB〉영토〈30FB〉영해에 피해를 미치는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석하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우리 영공〈30FB〉영토〈30FB〉영해에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도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헛웃음도 나왔다. 앙천대소(仰天大笑)할 일이 터진 것이다. 헷갈려 할 우리 장병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북한의 주장에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 동조한 것이다. 담화발표 전문 꾼인 북한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의 군비증강 활동은 ‘대북 억지력 확보’로 미화하는 미국·남조선식 대조선 이중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고 했다. 김여정 담화의 핵심은 한국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도 되고 북한은 안 된다고 하면서 북한의 자위권 차원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하는 이중 잣대를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도발’에 대해 한국의 국방부 장관과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이 마치 사전에 각본에 따라 손발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착각하지 말고 오해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서 장관의 도발에 대한 정의는 틀렸고 김여정의 담화도 억지에 불과하다. 2017년까지 북한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은 10여개가 넘는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마다 유엔안보리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의 강도도 세졌고 대북제재 내용도 훨씬 구체화됐다. 2016년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하자 유엔안보리는 만장일치로 결의안 제1718호를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북한이 핵프로그램과 대량살상무기를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추가적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제1718호는 “평화에 대한 위협, 평화의 파괴 및 침략행위에 관한 조치”를 규정한 유엔 헌장 7장을 원용했을 뿐만 아니라 대북제재를 위한 ‘1718 위원회’ 설치도 결의했다.

한국은 국제규범과 주권에 따라 핵실험은 하지 않으나 군사력 건설을 위해 미사일은 시험발사한다. 한미간의 미사일 지침마저 폐기돼 어떤 미사일도 시험발사 및 보유할 수 있다. 국제규범에 위반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유엔안보리가 핵 및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CVID 요구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된 장단거리 탄도미사일, 인공위성, 극초음속미사일 등을 시험발사하면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이것이 도발이다. 북한의 행위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 장관이나 김 부부장의 주장은 모두 틀렸다.

새 정부의 국방부는 도발을 도발로, 미상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임에도 새롭게 느껴진다. 국방부는 안보의 최후 보루다. 중심이 흔들리면 안 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