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백 스테이지 인터뷰] 3. 무대 위 파일럿…서동권 경기아트센터 기계감독

카지노 도박 사이트

서동권 경기아트센터 무대기계감독

비행기 조종석에는 FCU(Flight Control Unit) 패널이 있다. 어떤 버튼은 눌러야 하고, 어떤 버튼은 돌려야 한다. 이 인터페이스를 제 때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속도·방향·고도를 조절해야 원활한 비행이 가능해진다. 공연장에도 일종의 FCU 패널이 있는데 ‘큐’ 사인에 따라 막을 열고 조명을 켜면서 공연을 전개한다. 이렇게 기계를 조종하며 무대 뒤 파일럿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기계감독이다.

“처음에는 공연장에 작동할 기계가 있나 싶었다”는 서동권 경기아트센터 기계감독은 “거대 장비를 다루는 오퍼레이터 역할, 무대 위 안전 관리자 역할, 무대 기계의 유지보수 역할 등 할 일이 많다는 걸 안 순간 ‘여기가 블루오션이었구나’하고 생각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던 그는 ‘음악 좋아하는 공돌이’에게 공연장 만큼 좋은 직장은 없을 거라 자신한다. 서 감독은 “기계감독에게는 ‘잘 듣는 귀’가 필요하다. 큐 사인을 혼동하지 않고 잘 캐치해 적절한 타이밍에 써야 하는데 마치 연주하듯 기계를 다뤄내는 것과 같다”며 “꼼꼼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기계공학 전공자들에겐 제격인 일”이라고 소개했다.

서동권 경기아트센터 무대기계감독

보통 공연의 난이도는 ‘대작 여부’에 따라 갈린다. 대극장 공연인지, 소극장 공연인지 혹은 단기 공연인지, 장기 공연인지 등이 기준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기계감독의 세계에선 다르다. 어떤 공연이건 전환 큐의 개수에 따라 난이도가 나뉜다. 거대 뮤지컬이 아닌 중소 기획사 공연이어도 상부 큐가 100개가 넘어갈 때가 있는데 이런 공연을 할 때면 “말 그대로 하얗게 불태운 상태가 된다”고 서 감독은 농담하듯 설명했다.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건 ‘1번 큐’다. “연출자의 의도와 디자이너의 입맛에 맞게 최대한 기술적으로 그림을 맞춰주는 게 우리가 우선시하는 일”이라던 그는 “특히 시작이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1번 큐를 가장 신경 쓴다”고 전했다.

현재는 경기도무용단이 오는 15~17일 선보이는 공연 <순수-더 클래식>의 셋업 작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 전통 춤과 서양의 클래식이 만나는 공연으로 ‘낯선 협업’에 공들이는 바가 크다. 서동권 감독은 “기계감독은 공연이 끝나면 ‘이제 퇴근하자’가 아니고 ‘전쟁 시작이다’ 한다. 공연 내내 긴장감과 집중도를 낮추지 않는 상태에서, 공연 종료 후엔 곧바로 매달린 세트물을 내려 반출하는 등 작업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설치부터 철거까지 매 공연의 풍미를 살려주는 ‘무대 위 파일럿’ 역할을 실수 없이 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