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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아이 맡길 곳이 없다” 맞벌이 부부·한부모 가정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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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의 ‘돌봄 선택지’가 덩달아 좁아지고 있다. 특히 밤 늦도록 직장에 발목 잡힌 부모들은 자녀를 맡길 돌봄 시설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댁이나 친정에 손을 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독자소통팀은 자녀의 돌봄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는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도내 24시간 돌봄 시설에 대한 실상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경기도내 어린이 24시간 돌봄 시설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오후 7시 이전에 운영을 종료한 도내 한 어린이집(오른쪽)과 24시간 운영되는 충청남도 논산시 내동 아이꽃돌봄센터 모습. 윤원규기자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고…밤 늦게까지 아이 돌봐줄 곳이 절실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최미영씨(30·가명)는 최근 둘째 아들(4세)의 돌봄 문제로 걱정이 태산이다. 직장에서 오후 6시께 퇴근하지만 ‘러시아워’가 겹치면서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를 하원시키는 일이 하루 중 가장 힘든 일과가 됐다.

더욱이 동갑내기 남편은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가정 어린이집도 나이 제한(2~4세) 사유로 올해까지만 다닐 수 있어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씨 부부는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무려 2년 전부터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 신청을 했다. 이곳은 거주지 인근에서 늦은 밤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어린이집의 대기 순번은 여전히 14번에 머물러 있고, 정원이 15명인 탓에 내년에도 이곳에 입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주변에도 밤늦게 업무가 끝나는 맞벌이 부부가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아이를 돌봐줄 시설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을 확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파주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구지민씨(34·가명)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돌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씨와 남편은 잦은 야근과 늦은 퇴근시간에 발이 묶이는 탓에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 했지만, 대기자만 10명이 넘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씨는 “주변에 밤 늦도록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이 없는 데다 있어도 대기자가 많아 입소하기까지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늦은 밤 귀가하는 한부모 가정과 맞벌이 부부들이 심야 시간까지 운영하는 돌봄 시설을 찾지 못하며 ‘돌봄 서비스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 이들은 짧으면 1년, 길면 2~3년 동안 시설 대기를 하면서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용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부모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야간 돌봄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야간 돌봄시설 확충을 포함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궁극적으론 야간 맞춤형 돌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맡길 수 있는 ‘24시간 어린이집’… 도내 13개 지역뿐

아이들의 돌봄 공백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도내 절반 이상의 지자체에는 아이를 언제든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는 지역과 관계없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간 구애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지역별로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내 24시간 어린이집(가정·민간·국공립)은 수원, 고양, 성남 등 13개 지자체에 37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0년 기준 경기도의 0~9세 돌봄대상 아동인구가 116만3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24시간 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31개 시·군별 아동인구를 보면 화성(10만5천명), 수원(10만1천명), 용인(10만명), 고양(8만2천명), 성남(6만8천명), 남양주(6만4천명) 등 순으로 높았는데 지정된 24시간 어린이집 수는 아동 인구에 비례하지 않았다. 화성시는 단 1곳에 그쳤고, 용인시와 남양주시는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녀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 필요성에 공감하는 부모들의 입장과도 상반되는 결과다.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6월16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거주 만 0세부터 10세까지 아동을 자녀로 둔 보호자 3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6.5%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중복응답 가능) 부모의 직장생활로 인해 아동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야간 출근(54.19%), 부모의 출장(37.43%)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가족의 응급진료(43.85%), 가족의 병원 입원(33.24%) 순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으로 며칠 출장을 가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잠시 어떤 사정으로 아이를 봐줄 수 없는 이들에게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부모와 아이의 상황이 취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돌봄 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가족의 상황을 파악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운영비 얼마나 들까   1개소 당 年 2억… 전문가 “혜택·편익 고려 큰 비용 아냐”

연간 약 2억원의 예산이면 경기도에서 24시간 아이돌봄센터 1개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아이돌봄센터 1개소를 이용하는 동시간대 아동 14명을 기준으로 산정된 비용 추계로, 센터 운영을 통해 긴급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의 편익을 고려하면 비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9일 경기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연구회’는 경기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발간한 ‘경기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 건립을 위한 연구’(2021)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비용 분석 및 센터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를 진행한 경기대 산학협력단은 24시간 아이돌봄센터장 1인과 돌봄교사 6인을 센터 내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되, 동시간대 아동 7명을 기준으로 1명의 돌봄교사를 배치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이를 고려해 연간 예산을 산정하면 인건비(센터장 250만원x1인x12개월, 돌봄교사 220만원x6인x12개월) 1억8천840만원, 운영비(공공요금, 수용비 및 기타운영비 등 200만원x12개월) 2천400만원 등 총 2억1천240만원의 예산 소요가 예상된다.

세부적인 운영 방식을 보면 먼저 센터 설치는 단독주택, 공동주택(아파트 등)의 주민공동시설,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마을회관 등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 내부 구성은 전용면적 85㎡(이용 아동 1인당 3.3㎡ 이상)를 최소한의 면적 기준으로 하고 여러 가지 부속 공간(사무공간, 탕비실, 화장실 등) 면적은 별도로 확보하도록 했다. 센터 이용료는 주·야간 동일하게 시간당 2천500원(간식 포함)의 저렴한 비용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형모 경기대 교수는 “24시간 돌봄 시설은 부모의 야근, 가족의 병원 입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한 공간”이라며 “부모들이 느낄 혜택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연간 약 2억원의 예산은 크지 않은 비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돌봄 우수 지자체  1년 내내 시간 구애 없어… 응급상황 시 부모 근심 덜어줘

코로나19 여파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24시간 긴급돌봄센터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논산시, 365일 24시간 ‘아이꽃돌봄센터’

29일 충남 논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내동홈(놀뫼아파트), 강산홈(동신아파트), 대교홈(코아루아파트)등 3곳의 아이꽃돌봄센터를 개소했다. 특히 이곳은 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간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에 거주하는 자녀를 둔 부모가 24시간 긴급 보육이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이용 가능하다. 주말 및 공휴일에도 자녀를 맡길 수 있다. 24개월~만 9세 아동이 대상이다. 돌봄센터는 총괄운영국장을 비롯한 7명의 교사들이 함께 3조 2교대로 근무 하고 있다.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하고 카드 또는 계좌이체로 결제하면 된다. 이용 요금은 주간(오전 9시∼오후 9시)은 시간당 2천원, 야간(오후 9시∼오전 9시) 및 주말·공휴일은 시간당 3천원이다. 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직장에서의 야근 또는 코로나19 확진 등에 따른 응급 상황시 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줘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자민씨(35·여)는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로 영업시간이 연장됨에 따라 아들(5세)을 어떻게 케어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24시간 긴급 돌봄 서비스 덕분에 마음 편히 일을 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하원 이후에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 논산에 있어 매우 감사하다. 아이 또한 매우 좋아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긴급아이돌봄센터’

광주광역시는 365일은 아니지만, 부모가 급히 24시간 보육이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는 광주긴급아이돌봄센터와 서구긴급아이돌봄센터 등 2곳의 긴급아이돌봄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6개월~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간에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홈페이지에 회원 등록 후 사전 예약하고, 야간에는 '광주긴급아이돌봄센터'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당일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월~금(오후 6시~오전 9시), 토요일(오전 9시~오후 8시) 시간당 2천원이다. 급식과 간식은 가정에서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국지윤 광주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예전에는 직장에서 야근을 하거나 경조사 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돌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걱정 없이 자녀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장영준·정민훈·이광희·김경수·김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