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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스테이지 인터뷰] 2. "무대 위 조율사"…김봉곤 경기아트센터 무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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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똑같이 정해진 큐(cue)는 없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 오르는, 무대를 만드는, 무대를 이끄는 모두가 예민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공연은 1초의 싸움이다. 음향이건 조명이건 제 시간에 맞춰 정확히 가동하면서 관객의 반응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때 객석과 무대의 시그널을 정리하는 역할이 무대감독의 일이다.

올해로 18년째 경기아트센터에 몸 담고 있는 김봉곤 무대감독은 “관객은 라이브(live)이기 때문”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공연이 1초 이상 지연되면 호흡이 끊기기 때문에 관객들의 박수가 많이 나오는 순간을 끌어준다는 등의 순발력이 필요하다”던 김 감독은 “항상 백지 위에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초심을 갖고 임한다”고 제 소개를 했다.

긴 세월 동안 무대감독으로 지내왔지만 여전히 공연을 올릴 때마다 선잠을 잔다는 김 감독은 ‘무대 위 조율사’를 자칭한다. 그는 “머리로 끊임 없이 리허설을 하고 돌발상황 등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며 “큐시트 없이 진행해도 될 때쯤이면 공연이 다다른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최근 준비 중인 공연은 경기도무용단의 <순수-더 클래식>이다. 동양의 춤과 서양의 클래식을 녹여 과거에 갇히지 않고 현대를 품어내는 창작 무대다. 코로나19로 힘든 일상이 3년여 이어지는 지금 ‘순수함’을 기반으로 문화적 치유를 희망하면서 “우리의 한(恨) 섞인 몸짓과 서양 악기 특유의 쓸쓸한 소리를 어떻게 풀어내 시너지를 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도 아찔한 순간이 있었는데, 바야흐로 2019년 수원 화성행궁에서 진행된 레퍼토리 공연 때 일이다. 음향 쪽 신호가 맞지 않아 공연 일부를 들어내야 했을 때 그 찰나가 100초와 같았단다. 김 감독은 “사물놀이팀의 오색 의상이 갖춰지기도 전에 바로 상모만 돌릴 수 있게끔 내보냈던 공연”이라며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서늘하다. 어떤 공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저 같은 무대감독들은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리퍼·줄자 등을 소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코로나 여파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이 펼쳐지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엔 배우나 무용수들이 무대 전석을 활용하며 관객과 하나하나 눈을 맞출 수 있었지만 이젠 ‘빨간 불’이 들어온 카메라에만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김봉곤 감독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당당했던 무대 위 예술인들의 시선과 앵글이 좁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4월15~17일까지 약 2주간 <순수-더 클래식> 공연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오리지널 전통 작품을 시도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그는 “아름답고 기품스러운 우리 무용과, 포근하면서 여백의 미가 있는 우리 국악을 소재로 큰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무대감독은 연출가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는 제2의 연출가다. 눈을 감고 소리를 보면서 잘 체크하고 셋업하는 무대감독이 돼 언젠가 크게 한 번 ‘전통 판’을 벌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