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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초점] 노인학대 매년 2천건 이상… 피멍드는 황혼

3년 새 학대신고 17.9% 증가
예방교육 전문강사 15명 불과
도내 관련 인프라는 ‘태부족’
道 “피해노인쉼터 추가 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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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원 소재 요양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퇴원 수속을 밟고자 해당 요양병원을 찾은 A씨. 그가 마주한 아버지의 몸은 각질로 뒤덮이고 살갗이 갈라져 피딱지가 잔뜩 맺힌 모습(경기일보 1월18일자 1면)이었다. 이를 방임이라고 항의한 A씨에게 돌아온 것은 “환자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의료 과실은 없다”라는 요양병원 측의 책임 회피 답변뿐이었다.

 

#2. 지난해 1월 의정부경전철에서 10대 남학생이 70대 여성 노인의 목을 조르고 넘어뜨리는 등 모습이 담긴 영상이 SNS에 확산돼 공분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취약계층인 노인을 공공장소에서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광경은 고령화가 가속 중인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경찰은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남학생들에게 폭행보다 처벌이 무거운 노인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경기지역에서 매년 2천건이 넘는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가운데,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도내 인프라는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내 노인학대 신고는 해마다 수백건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관련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9년 2천445건, 2020년 2천592건, 지난해 2천884건 등으로 집계됐다. 불과 3년 만에 도내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17.9% 증가한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도내에서 늘어난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인 13.9%보다 약 4.0%p 높은 수치다. 도내 고령인구는 2019년 165만1천341명, 2020년 177만5천315명, 지난해 188만1천464명 등으로 조사됐다.

도의 경우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노인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 같은 고령인구 증가세보다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돼 도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 학대 사례로 확인된 건수도 2019년 914건→2020년 1천192건→지난해 1천441건 등으로 같은 기간 57.6%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신고 건수 중 학대 사례 비율도 37.4%→45.9%→49.9% 등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도내 노인학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도는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지역에서 총 5개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운영 중이다. 이들 기관은 노인학대 신고를 접수해 상담·법률·의료 등 서비스 제공과 노인학대예방교육 전문강사 양성 및 파견,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에서 활동하는 노인학대예방교육 전문강사는 15명에 불과하고,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의 입소 인원도 10명(경기서부 5명·경기북부 5명)에 그치고 있다. 노인학대와 관련해 연간 2천여건에 달하는 신고와 급증하고 있는 학대 사례 등에 신속·적절히 대응하기에는 관련 인프라가 크게 부족한 셈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경기지역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곳이어서 노인학대 신고 등도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매년 노인학대예방교육 전문강사 양성에 나서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경기남부에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 추가 개소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학대 매년 2천건 이상  재학대 사례 10% 육박… 대부분 가정에서 발생

해마다 경기지역의 노인학대 신고와 학대 사례가 지속적인 증가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재학대’와 ‘치매노인 대상 학대’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전체 노인학대 중 10%가량이 재학대 사례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학대 대상이 치매노인인 비중은 약 25%에 달했다.

이에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노인학대 사례를 세분화해 관리하는 등 맞춤형 대책의 수립 및 추진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 벗어나기 어려운 ‘재학대’의 그늘

재학대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돼 처리가 완료된 사례 중 다시 학대가 발생해 신고 접수가 이뤄진 것을 뜻한다.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재학대 사례 건수는 614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 6천259건 가운데 약 9.8%의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의 재학대 건수는 120건으로 도내 전체 노인학대 사례(1천192건) 중 10.1%가량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분석한 재학대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정서적 학대’가 4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적 학대’ 43.2%, ‘방임’ 4.4%, ‘경제적 학대’ 3.3% 등이 뒤를 이었다.

이어 재학대 사례의 발생 장소를 보면 97.6%가 ‘가정 내 학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를 받아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학대를 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생활시설’ 9.1%, ‘이용시설’ 1.6%, ‘병원’ 0.6% 등에서도 재학대 사례가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0.7%의 재학대 발생 비율을 보였다.

더욱이 재학대의 경우 학대지속기간이 장기간인 사례가 많았다. 학대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가 44.1%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1년 이상~5년 미만’ 36.2%, ‘1개월 이상~1년 미만’ 12.4%, ‘일회성’ 5.0% 등으로 집계됐다. 학대지속기간이 연 단위가 넘어가는 경우가 80.3%에 달하는 셈이다.

 

■ 망각이란 핑계 속 이뤄지는 가해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 사례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20년 국내의 전체 노인학대 사례 중 24.5%가량(1천535건)이 치매 진단을 받았거나 치매가 의심되는 노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같은 기간 도내 치매 노인학대 비율도 약 26.8%(132건)로 나타났다.

치매노인 사례의 경우 학대행위자가 ‘친족’인 경우가 52.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이 치매노인과 함께 있을 수 없는 시간 동안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39.1%로 뒤를 이었다. 치매노인과 큰 접점이 없는 ‘타인’에 의한 학대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치매노인 대상 학대를 유형별로 보면 ‘신체적 학대’가 30.0%로 가장 높아, 재학대 사례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다음으로 ‘정서적 학대’ 27.6%, ‘방임’ 23.7% 등 순으로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재학대 사례와 마찬가지로 치매노인 대상 학대 역시 ‘가정 내 학대’가 64.1%로 가장 많았다. ‘생활시설’이 29.3%, ‘이용시설’ 2.5%, ‘병원’ 1.8% 등이 뒤를 이었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한남대 명예교수)은 이 같은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회적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의 노인학대 사례를 체계적으로 세분화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학대를 받는 노인이나 학대행위자 모두 지금 자신의 행동이 노인학대 사례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 교육과 홍보를 적극 펼쳐 사회적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연령대와 인구 비율 등이 다른 것을 고려해 지역별 노인학대 사례를 유형별로 세분화해 맞춤 대응하는 노력도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태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