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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듣는 부의 품격] 남상일 피자헛 안산성포·인천서창점주

부부의 버킷리스트가 쏘아 올린 ‘희망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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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실천하며 경기도 277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남상일 피자헛 안산성포·인천서창점주가 환하게 웃고 있다.

“나눔의 행복을 일깨워준 아내 덕분에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 저와 같이, 우리 사회가 나눔에 적극 동참해 더욱 밝은 세상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안산과 인천에서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남상일 피자헛 안산성포·인천서창점주(41)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277번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앞서 그의 아내 정수진씨(40)가 지난 2020년 8월, 230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바 있어, 이들은 경기도 20번째 ‘경기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대 초반 연애 시절, 지금은 아내가 된 정수진씨의 영향을 받아 ‘버킷리스트’(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리스트)로 기부를 약속한 남상일 점주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함께 꾸준히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역경 속에서도 내일의 희망을 싹 틔우는 남 점주로부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나눔문화와 그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남상일 아너가 착한가게로 나눔에 동참하고 있는 인천서창점장과 피자를 만들고 있다.

Q 부인 정수진씨에 이어 경기 277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소회는.

A 아내는 따스하고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눔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평소 매달 벌이의 일정금액을 아프리카 신생아와 어린이 의료지원에 기부하는 등 남몰래 지속적으로 기부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던 2020년 아내가 아너 소사이어티 이야기를 하며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큰돈이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는 우리가 20대 초반 연애 시절 꿈꿔온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일이라며 저를 설득했다. 또래보다 일찍 경제적으로 독립해 여러 어려움을 겪은 아내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주고 싶다고 했다. 저는 흔쾌히 동의하며 응원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저에게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함께 하자고 하더라(웃음). 나눔의 행복을 배우자와 함께 누리고 싶다고 했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 함께하자” 그 순간 세상이 그렇게 따뜻해 보일 수가 없더라.

Q 부인과 연애 시절 약속한 버킷리스트 이야기가 궁금하다.

A 저와 아내는 20대 초반 안양에 있는 피자헛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났다. 생계를 위해 열여덟 살 때 부터 돈을 벌기 시작한 저를 따스히 보듬어 준 아내가 너무 고마웠고 그렇게 사랑도 깊어졌다. 그러던 중 아내가 저에게 제안하더라 “오빠, 우리 나중에 지금보다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자, 꼭 반드시 약속해!”. 저 역시 흔쾌히 동의하며 의지를 다졌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정말 가난하고 힘겹게 보냈는데, 저와 같은 아이들이 나오지 않길 바랐던 마음이 컸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과천 선바위역 인근 판자촌에서 힘겹게 살았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대야에 받아놓은 물이 꽁꽁 얼어 아예 씻을 수 없을 정도였다. 또 판자촌이니 집 열 채당 1개꼴로 외부 화장실을 공동 사용했는데 더럽고 냄새가 나니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한밤중 겨울에 용변이 마려운 날이면 몸을 덜덜 떨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선바위역 화장실로 향하곤 했다. 정말 서러웠다. 이후 아내와 약속한 지 10여년이 흘러 저는 피자헛 지점 점주가 됐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초심을 잃었을까.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어느새 제가 외제차, 명품시계 등을 보고 있더라. 그때 곁에서 따끔하게 저를 바로 잡아준 사람이 아내였다.

Q 2020년 동전 7천7개가 든 성금을 사랑의 온도탑에 익명 기부한 사람이 본인이라고 들었다.

A 2020년 12월 안산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에 편지와 함께 익명으로 동전 7천7개 등 300여만원을 기부했는데 경기일보를 비롯해 다양한 언론사에서 기사가 나와 깜짝 놀랐다. 당시 편지 하단에 ‘알아도 모른 채 부탁한다’는 글귀를 썼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온도탑 앞을 순찰하던 지구대 경찰분이 돈을 발견하고,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가져다준 것 같다. 오래전에 TV에서 옛날 동전 10원짜리를 녹여서 구리로 만들어 팔면 3~4배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 10원짜리 동전이 먼 훗날 정식화폐 지위를 잃게 되면 녹여서 팔아 차익을 남겨도 범죄가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서서히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10원짜리 동전이 7천여개다. 그러던 중 2020년도에 아내가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나눔을 실천했다. 탐욕에 눈이 멀어 10원짜리 동전을 모은 내 모습과 비교되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추운 겨울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동전 7천여개 등 성금을 사랑의 온도탑에 두고 왔다. 그날 제가 두고 온 것은 성금만이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했던 지난날 탐욕도 그 자리에 내려 놓았다.

Q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 대해 특히 더 관심이 많은데.

A 무상교육이 없던 시절, 중학교 등록금이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 전전긍긍한 적이 있다. 그 고통과 슬픔의 무게를 너무 잘 알기에 오늘날 저소득층 청소년들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했다. 저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깨를 펴고 당당히 살아라”. 저는 유년시절 피해의식을 가진 채 살았다. 어려운 가정형편이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렇게 살지 않았어도 됐는데…. 그래서 꼭 이들에게 “가난은 너희들이 잘못해서 만난 게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권하고 싶다. 당당히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제가 나누는 기부가 또 하나의 희망의 씨앗으로 작용해 이들이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중에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들에게 다시 되돌려줘 나눔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Q 독자들이 나눔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를 부탁한다.

A 우리 집에는 아내와 제가 함께 고민해 만든 가훈이 있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일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는 것이 된다’이다. 저는 나눔도 이와 같다고 본다. 우리는 보통 TV를 보며, 신문을 보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기부를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지금 바로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오늘 기부를 결심했다면 단돈 1천원이라도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고 당부드리고 싶다. 소액이라고 해서 내 결심이 헛된 것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결심한 나눔 하나와 다른 누군가가 결심한 나눔 하나가 합쳐져 둘이 된다. 이 같은 온정이 모여 점점 무한대의 가치를 만들어내길 간절히 바라고 희망한다. 우리 부부가 ‘나눔 더하기’를 실현한 것처럼.

이광희기자 /사진=윤원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