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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경제이슈] 고용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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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임금 분포에서 중간 그룹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이 줄어드는 현상을 고용 양극화(job polarization)라고 한다. 노동시장의 허리가 사라진다고 비유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에서 지난 수 십년간 공통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경제적 현상이다. 고용 양극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집단이 코로나19 취약 집단과 상당 부분 중첩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최근 1~2년 사이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양극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됐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고용 양극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계가 반복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는 가설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예로 최근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에 등장하고 있는 키오스크를 들 수 있다.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늘어날수록 판매에 필요한 직원이 예전보다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각종 회계·경리 프로그램의 발달로 사무 종사자의 수요가 감소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ICT 자본의 가격(키오스크 및 회계·경리 프로그램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노동자를 빠르게 대체하게 된다. 이러한 대체 현상이 임금 분포상 상위에 속하는 인지 노동자나 하위에 속하는 육체 노동자보다 중위에 속하는 반복 노동자 그룹에서 쉽게 이뤄지기 때문에 고용 분포상 머리와 꼬리만 남는 양극화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2008년 전체 노동자 대비 반복 노동자의 비중이 69%였으나 2019년에는 62.4%로 감소했다. 특히 산업별로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 근로자에서 주로 관찰된다. 또한 연령별로는 핵심생산인구(30~49세)보다 청년 및 고령층에서, 종사상 지위별로는 상용 노동자보다는 임시·일용 노동자 계층에서 반복 노동자 비중의 감소가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들 고용 양극화의 취약계층이 최근 코로나19의 타격을 크게 입은 그룹과 상당 부분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가계소득의 주요 원천인 임금의 불균형적 분포를 야기해 소득 및 소비의 불평등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위 소득분위로의 동태적 이동이 어려워진다면 사회적 양극화가 고착화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충격 이후 취약 그룹의 노동자가 하위 소득부문으로 편입되고 이것이 영구적인 구조 변화로 이행되어 상흔(scarring effect)으로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 정책과 사회 안전망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영진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