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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39. 남양주 한강뮤지엄

예봉산 끝자락 자리잡은 미술관 뛰어난 경관
개관 이후 코로나 덮쳐… 꿋꿋이 기획전 개최
실험정신 강한 젊은작가들 ‘예술혼의 용광로’
힐링과 체험의 공간… 주말 가족나들이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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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강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입장료에 음료가격이 포함돼 있다. 2층 전시장에서 바라본 한강. 윤원규기자

“아! 한강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 시원하다.

남양주시 와부읍 경강로926번길 30 한강뮤지엄(관장 김난숙)은 2019년 9월에 문을 연 사립미술관이다. 예봉산(688.8m) 끝자락에 자리 잡은 미술관에서 마주 보는 산이 검단산(658.3m)이니 정약용 유적지와 실학박물관이 있는 두물머리도 가깝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양수리부터 강폭이 좁아지면서 물살이 빠르다. 옛날 ‘두미협’이라 부르던 협곡을 지나 이곳부터 강폭이 넓어지며 물살의 흐름도 느려진다. 한강을 너무나 사랑해 호를 ‘열수(洌水)’라 했던 정약용이 고향 마현에서 배를 타고 서울로 가는 도중 청나라를 다녀온 자형 이벽에게 서양의 학문과 천주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곳이다. 미술관 앞 버드나무숲이 무성한 작은 섬이 운치를 더한다.

“겨울이면 천연기념물 고니를 비롯한 희귀한 철새들이 찾아오지요. 고라니가 헤엄을 쳐서 섬으로 들어가는 것도 직접 봤어요.” 강물을 굽어보며 김난숙 관장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든다.

2. 다양한 서양인물화로 독특한 분위기 속 촬영포인트로 유명한 자료실.

3.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한강뮤지엄 전경. 윤원규기자

■ 예술과 놀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노는 즐거운 공간

개관하고 반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기획전을 열었다니 미술관의 뚝심이 대단하다. 김 관장은 지역과 호흡하고 연대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남양주에서 노닐다-전시로 노닐다-정약용의 말’전은 강변 야외를 무대로 펼쳐졌다. 정약용의 뜻이 늘 백성이라는 한 곳에 응집되어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홀로 서다)’, 아이와 같은 백성들의 눈높이에서 펼친 다산의 정책과 저술의 시선을 표현한 한진섭 작가의 ‘사색의 소녀’와 ‘행복하여라(돼지)’, 다산 정신이 담긴 말 한마디를 커다란 둥근 바위로 표현한 강인구 작가의 ‘바위, 바다로 가는 길’, 스스로 경계하고자 애쓴 다산의 마음 닦기를 터널로 표현한 김경주 작가의 ‘마음터널’, 기득권층과 맞서며 실학사상을 펼친 다산의 고난에 찬 삶을 표현한 효제인 작가의 ‘In the End ver. 04’, 부국강병을 비롯해 다산이 추구하였던 이상을 표현한 이항길 작가의 ‘유토피아’, 정약용의 얼과 뜻을 말이라는 언어로 시각화한 김동우 작가의 ‘정약용의 말’이 전시되었다.

‘당신에게 소비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SO, BE 展’(2020.7)은 문제적인 전시였다. 김난숙, 김동진, 심지훈, 육효진, 원범식, 이지은, 한슬, 홍유영 작가가 참여하여 우리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소비문화의 현주소를 짚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에서,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백인교, 이지훈, 심성희, 박진희, 안소현, 혜순향, 이상은 작가가 참여한 기획전 ‘오늘, 약속이 없어요’는 우리 시대의 소통의 부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전시였다. 코로나19라는 시대의 우울을 날려버리려면 우리의 생활을 단순하고 가볍게 해야 한다.

특별전 ‘디스코디스코’가 던지는 메시지가 선명하다.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에너지는 무엇인가요?” 디스코를 매개로 ‘단순함과 경쾌함’의 요소를 ‘회복과 공존’으로 시각화하여 공존하는 사회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 서자현 작가의 ‘사랑 시리즈’를 비롯하여 진귀원, MeME, 박종화, 김인, 김형기, 이아람 작가가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강뮤지엄이 운영하는 ‘아트 레시피 마음의 쉼표’라는 프로그램도 주목된다.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경험예술 프로그램’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다도 ‘마음 우리기’ 심신을 안정시키는 인센스 ‘마음의 향’ 칼림바를 연주하는 ‘마음의 울림’ 진정한 휴식의 의미를 찾는 명상 ‘마음 들여다보기’ 쉼표체험을 통해 살펴본 나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드로잉 ‘마음 팔레트’까지 모두 다섯 가지를 체험한다.

드로잉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은 미술관과 쉽게 연결 짓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처럼 한강뮤지엄의 생각은 열려 있다. “처음엔 개념적인 전시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 대부분이 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차를 마시며 담소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을 보며 생각을 바꾸었지요.” 전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우 부관장의 말이다. 이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마련한 것이 ‘오늘은 월차’ 전이다. 내년 3월18일까지 열리는 ‘오늘은 월차’전을 둘러본다. 미술관이 관람객에게 던지는 화두가 가볍다. “오늘은 나에게 어떤 휴식이 될지 전시를 통해 선물하는 나의 하루를 만나보자.”

4. 옥상 라운지에 올라서면 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윤원규기자

■ 쉼, 진정한 휴식은 어떤 것일까?

여름 휴가철인 듯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풀장에 가득하다. 이상원 작가는 ‘군중’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휴식의 본질에 접근하고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행복한 순간 속 우리’를 관찰하여 그 모습을 자세하고 밀도 있게 표현해내는 방식이다. 낡은 장난감들이 한 무더기 쌓여 있다. 작가는 장난감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아이들은 장난감 소방차를 들고 소방관이 되기를 꿈꾸고, 비행기를 들고 비행사가 되는 꿈을 꾸지요. 그러나 성장하면서 대부분 그런 꿈을 잃어버립니다.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통해 잃어버린 꿈을 되찾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지요.” 장난감 놀이에 대한 아이들의 욕망을 어른들의 쉼에 비유하며, 장난감 속에 담긴 인간의 욕구에 주목한 김용철 작가의 문제의식이 날카롭다. 이어지는 공간은 더욱 화사하다. 초록의 유칼리 숲 핑크색 유칼리 꽃 속에서, 핑크색의 플라밍고의 등을 타고 소풍을 떠나는 코알라가 무척 행복해 보인다. 릴리 작가는 ‘온전한 휴식’이란 개인적인 경험과 사유로 어우러진 삶과 쉼을 공유하는 과정이자 치유와 회복의 과정임을 알려준다.

2층 전시실에서 처음 마주한 작품은 온통 책 그림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면 책과 담을 쌓는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책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책이라니! 책이 휴식과 얼마나 가까울까? “서유라 작가는 책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신적 ‘쉼’으로서의 갈망을 표현합니다.” 김 관장의 설명이 진지함을 더해준다. 책과 가까운 것은 잠이 아닐까? 김이란 작가의 작품에는 잠을 자는 중년의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일상 속에서 만날법한 아줌마를 해학적이고 익살스럽게 등장시켜 ‘괜찮아, 나도 이렇게 살고 있어’라며 동시대 여성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준다.

뜨개질을 하다가, 텔레비전을 보다가, 혹은 책을 보다가 드러누워 자고 있는 펑퍼짐한 몸매를 가진 중년의 여성은 아마도 작가 자신일 것이다. 소파에 앉거나 드러누운 세 자녀가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소파에 기대앉은 엄마도 웃고 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엄마는 자녀들을 위해 쉬는 시간조차 일을 해야 하는 존재이다. 남편도 휴식이 필요한 존재인데 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을까?

■ 흐르는 강물처럼 길이 되는 곳

한강뮤지엄은 즐겁고 편안한 공간이다. 물론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으니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다.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에도 썩 좋은 곳이다. 야외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넓은 옥상도 봄부터 가을까지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대안공간 ㈜4LOG 대표를 지낸 김난숙 관장은 한강뮤지엄을 열기 한해 전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전시회를 열었던 기획자이자, 서울과 강릉에서 진행된 ‘현재를 바라보는 시선2017- 한중일 현대미술작가 교류전’에도 참여한 작가이다. 그의 가장 큰 바람은 후배 작가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한강뮤지엄은 작가에게 경계가 없는 공간이자 다양한 장르의 예술 통합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실험적 예술을 추구할 수 있는 예술공장입니다. 실험정신이 강한 젊은 예술 작가들에게 열려 있는 곳입니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