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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경제이슈] ESG와 지속가능한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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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_김현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2020년 연례 고객 서한에서 석탄 연료를 사용해 얻은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철회를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주요 금융기관들이 환경파괴, 해당 지역 주민의 인권침해 등을 야기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투자자금을 공여하지 않겠다는 협약인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에 가입하는 등 ESG 경영을 선언하고 실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최근 들어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언하고, ESG 펀드 및 채권 등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면서 뉴스에서 ESG라는 단어를 자주 접할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결합한 용어로 기업경영에 있어 비재무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ESG’는 2004년 UN Global Compact에서 최초로 사용됐는데, 친환경, 사회적 책임경영 및 지배구조 투명성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장기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도입됐다.

2015년 UN 기후변화 협약 체결을 계기로 주요 국제기구, 회계단체 등은 ESG 관련 분류체계, 공시제도, 감독체계 등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 가운데 각 국가는 타 산업보다 금융회사에 대해 ESG 공시를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에서는 2022년 말까지 회원국 내 판매되는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 환경 및 사회적 기준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미국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증권선물위원회(SEC)에 ESG 관련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이렇듯 금융회사의 ESG 경영이 강조되는 이유는 금융회사가 일반 제조업과 같이 수익성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인 동시에, 공공성을 기반으로 국가 내 자금순환의 중재자로서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ESG 경영은 금융투자 및 자금중개기능 수행 과정에서 투자 대상회사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 금융기관이 생산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자금을 배분하고 모니터링 기능을 수행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왔다면, 이제는 ESG 요소를 고려해 환경이나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줄이고 이들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 등으로 미래의 지속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의 자원배분을 유도할 수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리스크가 부각되고 코로나19 이후 소득 양극화 확대가 심화되면서 지속가능 경영은 기업과 금융기관에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막연한 미래의 일로 예상했던 기후변화가 전 세계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ESG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접근했던 지속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 가능하게 반영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ESG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분류체계나 공시기준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ESG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평가, 분류, 공시체계의 표준화와 투명화 노력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은 기존의 전통적 금융리스크 외에 ESG 요소를 고려하는 한편, 그린워싱(ESG 요소가 미반영된 ESG 상품 판매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친환경 원자재 및 소재기술 확보, 신재생에너지 사용, 지배구조 선진화 등 비재무적 목표 달성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의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지원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현수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금융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