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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민의 시시각각] 메타버스 시대의 정치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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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10개월 앞둔 여의도 정치권에 폭탄 같은 변수가 찾아왔다. ‘30대 0선 정치인’의 전당대회 돌풍. 그 앞에 중진 의원들이 속수무책이다. 처음엔 새로운 바람으로 시작됐지만 이젠 하나의 현상이 돼버렸다. 이런 현상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주자 1위로 등극시킨 민심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혐오와 불신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여의도 정치권을 싹 다 갈아 엎어달란 여론의 흐름은 향후 대통령 선거까지 지속할 공산이 매우 크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국민의 성난 민심을 바탕으로 한 여의도 정치권력 교체의 목소리는 기실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2004년 여의도에 입성한 노회찬 전 의원은 ‘삼겹살 불판론’을 꺼내며 이렇게 주장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판이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 이후 한국 정치사에 기념비적 어록으로 남게 된 삼겹살 불판론은 정치권의 교체 여론이 생길 때마다 등장했지만,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여의도 정치권력의 근본적 변화는 늘 요원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보수정당에서 노회찬의 파격 그 이상의 혁명이 감지되고 있다. 과연 국민의 힘의 파격적인 정치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점점 더 바람이 거세지는 세대교체의 정치혁명이 현실화할 수 있다면, 가장 큰 원인으로 ‘메타버스 시대’의 정치 환경 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언급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미국의 소설 작가, 닐 스티븐슨이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한 메타버스 개념은 30년 뒤 미래인 현재에서 현실이 돼, 각종 산업 생태계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메타버스 세상에선 과거의 전통적 질서가 여지없이 파괴될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현실 세계의 권위는 수직적 질서가 아닌 수평적 구조로 재정립되는데, 학력이나 인맥보다 투명한 실력이 우선하는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전당대회에서 일고 있는 새로운 돌풍은 메타버스 시대의 대표적 변화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과거의 전당대회는 다선의 권위가 권력이 되고, 권력 앞에 줄 세우는 정치가 일반화돼 있다. 당대표 돈 봉투 사건이 입증하듯,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재력은 필수 요소였다. 덧붙여 전국 당원협의회를 돌며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력이 갖춰져야 최소한 당대표 선거에 명함을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정치구조에선 다선이나 초선 따윈 전혀 중요치 않다. 문자 메시지 발송에 수천만원 비용을 허비하는 헛수고 대신, 모든 게 무료로 개방된 메타버스 세계에서 자신의 언어로 소통하며 마음을 끄는 능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끈끈한 인맥이 이어주던 줄 세우기 정치는 투명한 실력을 강조하는 성과 아래, 새로운 질서로 대체될 것이다. 누구보다 앞서 메타버스를 장악한 정치 여론이 현실 세계로 전달되고, 현실 세계를 뒤흔든 여론은 다시 메타버스 공간과 힘을 합쳐 대세를 형성하게 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SNS를 놀이처럼 이용하며 메타버스 공간을 차곡차곡 쌓아 온 이 전 최고위원이 코로나 시기의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이변을 연이으며 돌풍을 일으키는 건 어찌 보면 예고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민심의 흐름이 주된 이유였다면, 개혁의 기치를 우선 들었던 김웅, 김은혜 의원이 예비경선 컷오프의 벽조차 뚫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진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메타버스 시대의 정치혁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쉽게 예측하기 이르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이변을 통해 보다 선명해진 건, 코로나 종식 전 치러지게 될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메타버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 세계를 선점하지 못한 정치인에게 집권의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정치 문법에 갇힌 채, 기존 권위에 기대어 얼렁뚱땅 선거를 치르려는 정치인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차기 집권자의 길에 대한 포기 선언에 빠르게 나서기를 권하고 싶다.

메타버스 시대의 정치혁명에 성공할 차기 집권자는 과연 어떤 인물이 될지 점점 그 기대와 궁금증이 커져만 간다.

김병민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