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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칼럼] 더 나은 진보정치를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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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다. 승자독식의 1%가 되려고 모두가 경쟁한다. 서로의 성공 확률을 낮추고, 국가 전체로 보면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며 사회적 격차는 심화되는 ‘불나방 효과’다. 각 계층의 이익을 보장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정치의 출현이다.

미국은 루즈벨트 대통령 때 소수자 권익 운동을 고리로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만들었다. 진보의 무기는 연대, 공동체, 공정의 가치였다. 하지만 산업화와 함께 노동의 분화가 세분화되고 언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범 대중적인 지지기반 확보가 어려워진다. 사회적 연대도 무너진다.

진보의 대안은? 인문학자 릴라(Mark Lilla)는 ‘정체성 정치’로 설명한다. 성별, 성적지향, 직업군, 특정계층 등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치세력을 구성해 그들의 이익과 관점을 대변하며 지지를 이끄는 정치를 말한다. 진보 스스로 좁은 정체성에 갇혀 ‘비도덕적 행태’에 목소리를 못 내니 ‘비도덕적 동의’로 비쳐지게 된다. 결국 보수주의의 반격에 맥을 못 추게 된다.

미국인들은 진보정치의 실망감으로 트럼프를 선택했다. 역사학자 프랭크(Thomas Frank)는 그 이유를 ‘계급배반투표’로 설명한다. 소시민일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의 강성 페미니즘, 동성애, 불법 체류자, 강성 노조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 속에서 사회적 규범과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봤다. 불안감은 경제적 이슈보다 문화적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반이민과 대중적 국수주의 정치는 미국사회를 양분화시켰다. 결국 통합을 내세운 바이든이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택됐다.

우리 사회의 진보 모습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좌파는 진보로, 우파는 보수로 발전되면서 사회 속에 함께하며 서로 앞서기 위해 경쟁한다. 우리 사회의 진보는 냉전시대의 흑백논리와 권위주의 체제 안에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이겨내야 한다고 본다.

진보의 시각은 분명하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와 냉전 시대 패러다임이다. 권위주의 체제가 여전하고, 냉전 청산의 운동권적 사고에 빠져 대화보다는 상대방을 투쟁의 대상으로 사회를 변혁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견지한다.

진보정치의 약화는 역설적으로 우리 편 만들기에 있다. 우리 편이라는 좁은 의미의 정체성을 강화하다 보면 점점 더 많은 반대세력을 만들게 된다.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자기편을 설득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보정치의 강화는 ‘통합적이고 넓은 성격의 국가 정체성’을 만드는 일에 집중력을 보여야 한다. 정체성은 분열로 가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통합으로 가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유럽-아프리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