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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60년 썩은 뿌리를 뽑아낼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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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사건팀 장희준

‘집창촌’은 기시감(旣視感)이 강한 소재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수사 당국의 의지가 부족해 근절되지 않는다는 다소 뻔한 전개가 읽힌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를 취재할 때 주변의 만류도 이런 이유였다.

60년 넘게 아무도 홍등을 끄지 못했지만, 언론이 성 착취의 현장을 방관하면 그것에 한몫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당장 바뀌지 않더라도 ‘달라져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게 사회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먼저 ‘잘’ 알아야 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밤마다 붉게 물든 그곳으로 향했다. 어떤 식으로 성을 사고 팔며 어떻게 단속을 피하는지 살폈다. 깜깜한 골목에서 ‘넌 왜 들어오지 않고 빙빙 도느냐’는 날선 질문을 받을 때면 다리가 떨릴 만큼 긴장되기도 했다.

누가 포주(抱主)이고 누가 어느 업소에서 일하는지 구별하게 됐을 즈음, 경찰의 단속 실적을 뽑아냈다. 하룻밤 사이 수십명의 남자들이 드나드는 그곳에서 2년간 경찰이 수갑을 채운 건 3명에 불과했다. ‘할 말’이 생겼다.

타이밍이 좋았다. 첫 보도가 나간 날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기사가 실린 지면을 높이 치켜들었다. 집창촌 옆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입주와 수원시의 소방도로 개설사업이 첫발을 떼는 시점과도 맞아떨어졌다.

단속의 키를 쥔 경찰이 움직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례 없는 압수수색에 나섰고 수원서부경찰서는 집창촌을 여성안심구역으로 최초 지정했다. 수년 전 실패했던 CCTV 설치까지 성공하자 결국 포주들은 스스로 문을 닫고 있다.

안심하긴 이르지만 분명 썩은 뿌리가 뽑히고 있다. 그 자리에 다시 나쁜 싹이 트지 않도록 잘 메워지길 바란다. 경찰과 지자체는 시민의 거리를 온전히 회복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장희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