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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의 思각思각] 화를 대하는 생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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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을 읽을 감정 키워드는 ‘화’다. 욱하는 감정에 일면식도 없는 이를 폭행하고, 도로 위에서 보복 운전으로 화를 분출한다. 화, 열등감, 분노가 사방에서 타인에게 표출된다.

사람들은 왜 비슷한 상황에서도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행동하면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생각, 자극에 대한 해석과 반응에 대한 선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들면 반사적으로 욕이 나온다.’ ‘키가 작고 못생겼으니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으면 당연히 화가 난다.’ ‘일이 늘어나면 누구나 짜증이 난다.’ 이처럼 A라는 ‘자극’을 받으면 B라는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자극과 반응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틈이 있다. 반응이 너무 빨리 일어나 그 틈을 미처 의식하지 못할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의 크기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각도가 삶의 질,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운전 중에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만나면 반사적으로 핏대를 올리면서 경적을 울린다. 이 경우 자세히 살펴보면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에 생각이 있다. ‘저게 사람을 뭘로 보고…’라는 분노감을 유발하는 생각이다. 이때 ‘급한 일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을 해보자. 운전 시비로 인한 말싸움이나 폭력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가던 길을 갈 수 있다.

실패를 겪은 후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면서 절망하고, 어떤 사람은 ‘그만하면 잘했어’ 하고 자신을 격려하면서 다음 기회를 준비한다. 실연을 당하고도 어떤 사람은 폐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시인이 된다. 비가 오면 어떤 사람은 기분이 처진다고 짜증을 내지만, 어떤 사람은 낭만적이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똑같은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도, 어떤 아들은 ‘그런 아버지랑 살았는데 어떻게 술을 안 마시겠느냐?’라고 하고, 또 다른 아들은 ‘그런 아버지랑 살았는데 어떻게 술을 마시겠느냐?’라고 반문한다. 99개를 갖고 있으면서도 한 개가 부족하다고 늘 불만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개만 갖고도 그나마 없는 것보다 낫다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모두 생각의 각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생각의 각도를 바꿔야 한다. 중요한 것은 생각의 각도를 180도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1%만 바꿔도 충분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핸들을 조금만 돌려도 차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질주한다. 사격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조준 각도가 1도만 벗어나도 탄착지점은 표적에서 완전히 빗나간다는 사실을 잘 안다. 실제로 20m 공기총 사격에서 조준 각도가 0.87도만 어긋나면, 탄착지점은 표적의 정중앙에서 표적 밖으로 완전히 빗나가버린다.

생각은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니다. 생각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고,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을 하는 것처럼 배우고 연습하면 얼마든지 익힐 수 있는 일종의 기술(Skill)이다. 어떻게 하면 생각의 각도를 지혜롭게 조절할 수 있을까?

세 가지 단계만 거치면 된다. 우선 멈춘다. 자극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잠시 멈춘다. 처음엔 쉽지 않지만, 잠깐의 순간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은 것부터 연습하자.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들 때 즉시 반응하지 않고 속으로 ‘잠깐!’하면서 심호흡을 하거나 ‘하나, 둘, 셋’을 세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생각하기다. 반사적으로 반응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련의 부정적 파급 효과를 찾아본다. “이 일을 선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그 일은 어디로 이어질까?” 이렇게 생각의 꼬리를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바꾸기다. 충동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생각을 찾아본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생각으로 바꾼다. 이를테면, ‘저게 사람을 뭘로 보고’처럼 무시한다는 생각 대신, ‘뭔가 급한 일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현실치료(reality therapy)의 창시자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동물은 자극에 따라서 반응하고 인간은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박테리아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체는 자극의 영향을 받는다. 인간은 자극에 대한 해석과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화가 분출하는 시대, 자신과 마음, 생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민규 아주대 심리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