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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순 칼럼] 미얀마의 진정한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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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가 결국 걷잡을 수 없는 내전상황으로 치닫는 것으로 보인다. 53년 만에 역사적인 민주적 정권교체를 축하한 지 6년 만의 일이다. 랑군의 봄으로 불리는 1988년 버마민주화 운동과 2007년 샤프란 항쟁, 정글로 들어가 투쟁을 계속 해온 전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의 희생으로 어렵게 이룩한 민주화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민족민주동맹)로의 정권 교체는 군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뜻하지 않았다. 군부가 주도해 개정한 미얀마 헌법에는 외국인 배우자와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아웅산 수치는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 또한 군부는 의회 의석의 25%를 할당받고,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주요부처의 장관 임명권을 쥐고 있다. 군부와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민 간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었던 셈이다. 최근 들어 로힝야족 탄압 등을 이유로 서방국가들마저 미얀마 문민정부와 거리 두기하면서 정치 지형은 더욱 불안해졌다.

사실 로힝야족 탄압은 2020년 11월 총선거에서 승리를 겨냥한 군부세력의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행위였다. 2017년 수치의 NLD는 경찰 권력을 손에 쥔 군부의 세력 약화를 위해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법 개정을 시도했으나 군부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에 대한 군부의 반격이 로힝야족 대학살과 추방사건이었다. 군부는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하면 국제적인 인권 활동가인 수치가 로힝야족을 지지할 것이고, 이에 따른 불교계의 비판이 일어나 수치의 NLD와 불교계를 대립시키는 구도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치는 국내 여론과 문민정부를 지키고자 국제적인 비판에도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외면하는 길을 선택했다.

수치의 비동맹 정책 유지는 이번 비극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얀마는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유연탄, 우라늄, 철, 니켈 등의 자원이 풍부한 국가이며 동남아시아의 가운데 있어 오랫동안 인도와 중국의 중개무역지로 역할을 했다. 서방국가와는 오랫동안 관계가 단절됐지만, 중국은 90년대부터 미얀마 군부와 합작해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가스와 원유 파이프라인을 건설했고, 수력 발전과 광산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 때문에 수치는 국익을 위해 영국과 미국 등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인도와 중국을 중시하는 비동맹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서방국가의 좁은 입지가 적극적인 개입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5일 오전 기준 570여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 어린이가 47명이라고 발표했다. 군부의 유혈 진압과 체포에도 민주주의에 대한 미얀마 시민의 의지는 확고하다. 미얀마 시민은 더 이상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1988년 버마 민주화 항쟁 때 우리는 88년 올림픽에 취해 미얀마의 상흔과 노고를 오롯이 품어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미얀마 민중들은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모국으로 부르며 자유에 대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무력감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잔인한 폭력 앞에서 극도의 고통을 겪는 미얀마 시민들은 오늘도 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리 이웃인 미얀마에 지지와 성원을 아낌없이 보내자. 언론의 관심이 사그라지더라도 미얀마를 잊지 말자. 그것이 미얀마의 봄을 앞당기는 희망일 것이다.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