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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7-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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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서 바라본 트리니다드 철길 주변 모습으로 철길에 잡초가 무성

온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난은 자초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받지만, 예수의 수난은 신학적으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구속 사업이다. 그러나 기독교와 동반 진출한 스페인의 중남미 식민지 수탈은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영혼까지 서로 뒤섞이어 하나가 되게 만들었다.

쿠바는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중남미로 가는 길목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스페인은 이 곳을 선점한 후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해적들로부터 끊임없이 침공을 받았다. 전투에는 스페인 군대 외에 아프리카 노예를 참전시켰고, 살아남은 자들은 진지를 구축하거나 복구하는데 끊임없이 노동력을 착취당하였다.

스페인 왕실 금고에는 식민지에서 채굴한 금과 은으로 가득 채워졌고, 그 후 더 가져갈 금을 채굴하지 못하자 침략자들은 설탕과 담배 무역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그 과정에서 노예는 혹독한 강제 노동과 질병에 시달렸고, 목숨을 잃어도 인간다운 예의를 받지 못하였다.

트리니다드에서 북쪽으로 16㎞ 떨어진 곳에 있는 ‘잉헤니오스 계곡’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이 곳은 아프리카 노예를 끌고 와 사탕수수농장을 일군 수탈 현장으로 트리니다드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1988년 등재됐다.

시 외곽 한적한 곳에서 마주한 기차역과 플랫폼은 지나간 세월의 무게만큼 남루한 모습이 처량해 보이나 1950년대 후반 우리나라 시골 역을 보는 듯 정겹다. 타고 갈 증기기관차 겉모습은 너무 낡아 움직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보는 순간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탔던 기차여행의 향수가 떠오른다.

출발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기차는 느린 속도로 들판과 계곡을 달린다. 철로 주변에는 잡목과 덩굴 식물이 무성하고 레일 사이에는 잡초가 많아 이 지역의 흥망성쇠를 보는 듯하다. 과거 설탕 산업이 활황일 때는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으나 지금은 하루 한두 차례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남루한 관광열차에 불과하다.

Ferrocarriles Trinidad 기차역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8-① 체 게바라의 사회주의 혁명과 쓸쓸한 뒤안길

물라티 종업원과 영어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음식을 가져올 때마다 쿠바에 관해 물어본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이 종업원은 트리니다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고작 2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외가댁에 가본 것이 전부라는 말에 귀를 의심한다.

영어를 어떻게 배웠느냐고 질문하자 그녀도 오후에 이야기를 나눈 여학생처럼 독학으로 깨우쳤다고 한다. 덧붙여 시골 학교에서는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주변에 있는 다른 종업원의 눈치를 살핀다. 사회주의의 숨겨진 뒷모습일까. 이야기를 반추하면 아마도 50여년 이상 쿠바와 미국 간의 관계악화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기념비

트리니다드는 16세기 초에 건설되어 번성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19세기 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전투에서 이 지역 설탕 농장은 모두 폐허가 됐다. 하지만 설탕 산업 붐으로 이룬 부의 흔적은 성당이나 카라라 대리석 바닥과 철제 격자를 갖춘 농장주의 황폐한 저택에서만 그 영광을 찾아볼 수 있다.

트리니다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양콘 해변은 쿠바에서도 손꼽히는 해양 스포츠 명소로 젊은 여행자들이 찾는 1순위 여행지다. 특히 밤마다 도시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펼치는 아프로 쿠반 밴드의 공연과 살사 춤사위는 언제나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기념비

쿠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중 으뜸은 젊은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꿈이 실현된 나라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다. 쿠바에선 통치자 카스트로 가문이 더 유명할 수 있지만, 쿠바사람들에게 노스탤지어의 원천인 체 게바라를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은 트리니다드를 출발해 체 게바라의 도시 산타클라라로 간다. 그가 불멸의 청춘을 불사른 곳이자 잠들어 쉬는 곳이다. 아바나에서는 동쪽 290㎞ 지점에서 차로 약 4시간 이상 걸리지만, 트리니다드에서는 아바나로 가는 길목에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체 게바라가 가족과 피델 카스트로에게 남긴 편지 내용을 새긴 비석과 혁명 동지 모습

이른 시간이라 아직 어두컴컴하지만, 곧 밝아올 새날의 여명이 지친 여행자를 설레게 하여 생기를 돋게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차려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카리브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키자 어느새 진한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집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른다. 그녀는 아쉬움을 담아 또 놀러 오라고 인사하지만, 다시 찾기는 쉽지 않은 곳이라 가슴이 찡하다. 이처럼 자연을 닮은 사람의 행복한 미소는 길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고 지울 수 없는 여행의 향수에 취하게 한다.

트리니다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산타아나 광장 모습

박태수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