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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①생색내기용 청년정책

“우리 회사는 막내가 46세” 늙어버린 반월시화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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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업단지별 청년근로자 비중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가 무너지고 있다. 반월시화산단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안산시와 시흥시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곳이었지만, 현재 시설과 인력의 노후화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영세화까지 더해져 점차 사양길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반월시화산단의 재건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으나 산단의 열악한 환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산단의 위기는 국가 경제의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본보는 반월시화산단의 현 문제점을 지적하고 일자리 창출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

안산시 단원구 반월산업단지에 있는 자동차 및 기계에 들어가는 스프링을 제조하는 A사는 직원 22명 중 16명이(72%) 50대 이상이다. 열처리부터 연마 공정 등 작업을 하는 현장 직원 8명 중 막내 나이는 46세다. 막내를 비롯해 ‘젊은 피’에 속하는 40대 3명은 자동화 기계로 제품을 찍어내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A사의 K대표는 “젊은이들이 이런 일을 꺼리다 보니 직원 구성이 이렇게 됐다”면서 “몇 년 뒤에도 회사가 계속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A사에서 편의점을 가려면 약 20분을 걸어 전철 서해선 원시역이 있는 큰길로 가야 한다. 영화관과 대형마트를 가려면 자가용밖에 이용할 수 없다. A사 주변에 공원이 마련됐으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해가 지면 가로등 불이 켜지지만 이마저도 노후화되고 간격도 먼 탓에 걸어 다니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K대표는 “가로등은 스마트 가로등으로 앞으로 밝아진단다. 그런데 우리 회사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며 “젊은 사람 찾기가 어렵다. 언제 대가 끊길지 모르는 업종도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월시화산단이 늙어가고 있다.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이 곳에 청년들을 끌어들이겠다며 900억원 가까이 쏟아 부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실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산단의 노후화와 청년 고용 문제 해결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과 예산 투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개한 ‘산업단지 내 청년층 고용현황’ 자료를 보면 반월시화산업단지 내 청년층 근로자(15~34세) 비율은 12.6%로 전국 평균인 15.1%보다 낮은 수준이다. 같은 수도권인 서울(22.1%)과 부평(14.1%) 등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수치다. 문화ㆍ환경ㆍ체육ㆍ복지 등 시설이 설치되는 구역을 뜻하는 지원시설 구역도 매우 적다. 반월산단의 경우 전체 구획면적의 2.5%수준에 불과하다. 시화산단은 그나마 조금 나은 7.9%다.

이처럼 청년들이 꺼리는 노동 환경을 가진 반월시화산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선정한 청년친화형 산업단지다. 지난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청년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부 국가산단을 지정, 청년친화산단으로 조성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에 따르면 이 사업에 정부가 투입한 금액만 모두 2천951억원이다. 이 중 반월시화공단에만 875억원이 들어갔다. 세부적으로 797억원이 집적시설ㆍ기업지원시설 확충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조성한 산업단지환경개선펀드에 쓰였고 휴ㆍ폐업 공장 리모델링과 복합문화센터에 각각 38억원과 4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사업 진행 2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반월시화산단의 노동환경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상태다. 797억원이 들어간 산단환경개선펀드로 근로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지어진 오피스텔 주변에는 여가생활을 즐길만한 문화ㆍ체육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청년 근로자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아닌 단지 ‘사는 곳’만 지어준 셈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산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스마트산단 조성과 구조고도화 등으로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히 ‘공단의 스마트화’만으로는 반월시화산단의 슬럼화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문미성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정부나 경기도나 생색내기 사업에 급급했다. 번지르르한 건물 몇 개 짓고, 스마트 가로등 수십개가 생긴다고 젊은 노동자들이 반월시화산단을 찾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기본 산업단지 개념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일하기 좋은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재원ㆍ김해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