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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관리제의 아이러니, 길 잃은 택시업계] 上. 현실 따로 제도 따로

사납금보다 비싼 기준금 택시기사·회사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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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부터 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사납금제가 사라지고 전액관리제가 전면 시행됐다. 운전원들의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서비스 질을 높여보자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택시 기사와 회사 모두가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역마다, 사업장마다 “누굴 위한 제도인 것이냐”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전액관리제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

7년 전이었다.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수십 년 동안 근무하며 실링기(sealing機ㆍ제품 포장에 사용하는 기계)를 다뤄왔던 이씨(58ㆍ화성)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손가락 두 개를 잃었다. 한평생 제조설비에 몸을 바친 그였건만 직장은 가혹하게도 곧장 권고사직 처분을 내렸다. 대학생인 아들과 딸에게 들어가는 등록금이 한 학기당 1천만원에 달하는 등 살아갈 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오랜 기간 부어온 적금을 깨 급한 불은 껐어도 당장 문제는 끼니 해결과 다음 계절을 위한 따뜻한 옷이었다. 이씨는 “실링 말고는 아무런 재주가 없었고 유일하게 가진 자격증은 운전면허증 하나였다”며 “이것으로 먹고살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고 입을 뗐다.

제도 비교

다른 사람보다 더뎠지만 약 1년간의 연수가 끝난 이듬해 그는 택시기사로 새 삶을 시작했다. 개인택시를 살 돈이 없어 회사에 소속될 수밖에 없었다. 초반엔 ‘이렇게 쉬운 직업이 있나’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사납금 부담이 커지고 건강에도 이상이 생겼다. 최근 카풀과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가 급증한 사회적 현상은 그의 생계를 더욱 옥죄었다.

이씨가 전업한 지 3년차였던 2017년 당시 사납금은 택시기사 한 명당 11만원(1일당) 수준이었다. 2018년엔 12만원으로 오르더니 2019년엔 13만원까지 뛰었다. 이씨는 “회사에 따박따박 돈을 내야 하니 쉴 수가 없었다. 한 달에 26일씩 근무했다”며 “허리, 목, 어깨 안 쑤신 곳이 없었지만 내겐 ‘아픈 손가락’이 있어 그만둘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이 무렵 이씨가 매월 회사에 낸 돈을 환산하면 약 338만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전액관리제가 시행된다는 얘기가 나왔다. 전액관리제는 택시기사들이 운송수입금을 전부 회사에 내고 일정 월급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이씨는 2020년부터 정기적인 수입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오히려 지출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회사들이 월 기준금(택시기사들로부터 받는 운송수입금)을 400~450만원 정도로 잡고 있다”며 “나도 440만원을 내고 있어 오히려 사납금을 낼 때보다 100만원씩 더 부담이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택시회사가 돈방석에 앉은 것도 아니다. 성실, 불성실 근로자의 월급 차이가 없어져 모두에게 동등한 금액을 지출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재정적으로 마이너스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택시기사들의 근무태만 사례도 심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남부권의 한 택시업체 K 사무장은 “사납금제 보완을 위해 전액관리제가 도입됐는데 노사 갈등만 심해졌다. 전국 각지의 택시회사에선 날마다 전쟁”이라며 “회사 입장에선 기준금을 받아야 월급을 줄 수 있고 기사들은 기준금을 채우지 못해 퇴사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납금제나 전액관리제 할 것 없이 다시 한 번 제도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시업계 분위기

이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