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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순 칼럼] 도덕적 해이는 누구를 겨눠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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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재앙이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한다. 두 위기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상황이라는 것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면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공적 안전망에 대한 굳건한 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IMF 외환위기는 국가 부도상황이었다. 폐업과 실직에 이어 신용불량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정부는 국가와 기업의 실패를 국민이 나서서 막아준다면 결코 정부는 그 노고를 있지 않겠다고 했다. 온 국민은 위기의 공동체를 구하고자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다. 시중은행 금리가 연 29.5%로 수직으로 상승하였고 이 환난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루속히 국난극복을 위해 힘을 모았던 국민에게 날아온 것은 ‘비수’였다. 2004년 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책이 나오자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책이라며 열심히 살아온 서민들에게 ‘돈 떼먹는 자’로 낙인을 찍은 것이다.

서민금융정책에 도덕적 해이는 당연한 명제처럼 따라다닌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재명 도지사가 꺼내 든 ‘기본대출권’에 반대하는 첫 번째 논리로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여권 중진 국회의원 입에서 나왔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도 1~2%의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자는 ‘기본대출권’은 국가가 이자를 재정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기본대출권’은 해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현재의 서민금융정책도 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폐업과 실직, 대량 신용불량 사태가 우려되는 국가(국민) 위기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도덕적 해이는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금융시장을 붕괴시키는 위협요인을 말한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가 금융시장을 붕괴시키는 위협적 행동을 하고 있는가. 외환위기 때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금융기관에 지원된 공적자금은 총 168조 7천억 원이었으나 지난 6월까지의 회수율은 69.5%에 그쳤다. 이에 반해 20%가 넘는 고금리를 10% 안팎의 금리로 바꿔줬던 서민금융상품에서 채무자의 변제율은 70%를 넘는다. 여전히 10%는 서민에게 높은 금리인데도 말이다. 금융기관은 자금이 사회적으로 생산성 있는 곳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방기해 왔다. 부동산과 기업을 위한 대출이 금융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도덕적 해이를 저지르는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서민경제의 후폭풍은 하반기에 더욱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금융시장은 복지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의견은 한가한 주장에 불과하다. 「은행법」은 국민경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금융 특유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환란 시기에 사회적인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어떤 곳인가를 고민하여 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사실 필자는 이 지사의 ‘기본대출권’ 제안은 금융복지보다 금융시장 실패자에 대한 적극적인 재기회 부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국민을 향한 비수를 멈추고 전향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금융자본주의의 바깥을 상상해도 모자랄 판에 한가하게 금융시장과 자본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교과서적인 주장과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