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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옥 칼럼] 김정은의 깜짝쇼와 남남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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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이상설이 나돌았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ㆍ1절) 날 순천인비료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2일 보도함으로써 그의 잠행 행각은 20일 만에 종결됐다. 이번 김 위원장의 잠행에 대한 대내외적 관심은 국제정치와 지정학적ㆍ군사전략적 측면에서 한반도가 얼마나 중요하며 또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는지를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특히 여ㆍ야,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나뉘어 국론이 분열된 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빚은 우리 사회에서는 그의 등장 이후에도 잠행의 배경에 대한 이견과 다른 대북관으로 여전히 남남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편, 김정은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된 다음날인 지난 3일 북한군이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한국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하는 도발사태가 발생했다. 북한군의 총격은 초소 외벽에 4발의 탄흔만 남긴 채 다른 피해가 없었지만, 북한군의 도발은 심각한 9ㆍ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다. 그럼에도, 북한군의 도발사태에 대처하는 우리 군의 태도를 보면 군의 유화적 언설체계의 함의에 군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증폭시키라는 말은 아니지만 그들의 유약성에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을 이해하고 용납한다는 뉘앙스의 언설이 아니라 단호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그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 조준사격이 불가능했다거나, 북한군이 유효사거리 밖에서 발사했다거나 하는 군의 설명은 군대의 언어인가 아니면 정치인의 언어인가를 의심케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작금에 발생한 북한의 도발이 김정은의 등장과 무관한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우발적인 사건으로만 치부하려 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김정은이 자신의 건재를 과시한 깜짝쇼로 그의 건강이상설이 불식된 것은 아니다. 그는 고도비만으로 통풍, 발목낭종,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복부비만 등의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데 이러한 질환들이 모두 그의 가족병력과 무관하지 않다. 부친인 김정일은 뇌졸중, 당뇨, 고혈압, 복부비만 등의 기저 질환이 있었으며 급성심근경색 및 심장쇼크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리고 조부인 김일성도 사망원인이 동맥경화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나타났다. 그가 30대의 나이가 무색하게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이유는 수차례에 걸친 심장 시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그의 굼뜬 거동행태에 기인한다.

이번 김 위원장의 잠행 기간에 그의 행적을 파악하고자 미국은 전략자산을 총동원했는데 그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중병설과 관련하여 이목을 끄는 대목은 그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누구에게로 권력이 이동할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을 하면서도 그것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언제부터인지 우리 국민이 북한에 대해 강 건너 불처럼 어떤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백두혈통인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친형 김정철, 고모 김경희, 그리고 숙부 김평일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북한은 21세기 최후의 폐쇄적인 인의장막의 지대로써 비정상적인 국가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포용해야 할 형제들이라는 숙명성(宿命性)을 부인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복잡한 북한 문제를 진영논리에 단순화시킴으로써 남남갈등이 증폭되고 그것이 북한체제가 생명을 연장하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은 우리 정치와 대북정책, 즉 내부체제의 합리화와 세련화의 요구로 다가오고 있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