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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칼럼] ‘공적 언어’의 무게와 위기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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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백신도 치료법도 없는 감염병의 확산으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물리적 심리적 정서적 어려움을 한꺼번에 느끼는 중이다. 함부로 어디를 다닐 수도 없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조심스럽고, 뭘 밖에서 사먹는 일도 찜찜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심리적 저항은 ‘혹시’하면서 주변 사람을 바라보며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 대한 질시의 눈,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는 마음, 이런 것들이 감염병보다 오히려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으로 굳어질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자의든 타의든 이전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매일 보게 되는 얼굴이 있다. 하루 두 번 코로나19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다. 질병 현황보고, 대책, 국민에 대한 당부 등으로 이어지는 하루 두 번의 브리핑에 대한 국민의 생각은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브리핑을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브리핑하는 쪽을 훨씬 환영한다. 국민에게 상황을 소상하게 보고하면서 당분간 더 나빠질 수 있다고도 말하지만, 목소리는 차분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어휘 선택은 가치중립적이며 자극적이지 않다. 하루 확진자가 0명이었을 때도, 800명이 추가되던 날도 다름이 없었다.

위기일 때 공적인 언어는 평소보다 조금 더 ‘수다’스러워도 된다.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자세히 말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과 상황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사건의 본질과 핵심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현재 취하는 조치와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잘못한 점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한다. 그리고 어떻게 이 사태를 해결할 것인지 방안을 밝히고 국민이 해야 할 일을 당부하는 것까지다. 외신은 한국 정부가 국민에게 브리핑 하는 내용이 생각보다 더 자세하고 투명해서 놀랍다는 반응이다. 어느 날 100명 이상씩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도 국민이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개인위생수칙을 지키며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는 건,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막연한 불안감을 그래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에 확진자가 많은 이유로 한 지방당국의 적극적인 코로나19 진단검사 탓이라고 지적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불필요하게 많이 검사를 해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인데, 국민은 이런 총리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국민 생명이 걸린 질병의 진단검사를 적당히 하라고? 하면 할수록 이렇게 많이 감염자가 나오는데? 숨기고 싶은 건가?’ 이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저렇게 적당히 하면서 이거 못 잡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까지 미치면 사람 마음이 바로 불안해지게 된다. 믿지를 못하게 된다. 더 불안해진다. 이런 악순환은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 정부가 어떤 말을 해도 못 믿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

공적인 언어의 무게는 신뢰에서 온다. 그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공기 같은 투명함을 가질 때 무게가 생긴다. 국민들은 상황을 소상히 알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까지 하게 된다. 마스크 착용률이 그것을 말해주고 손소독제와 비누의 소비량,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의 매출 규모가 그것을 말해줄 것이다.

프랑스의 관문은 샤를드골 국제공항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이 프랑스에 내릴 때 이용하게 되는 이 공항에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가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하고 강대국 프랑스를 만든 위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렇게 되고, 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 역시 그렇게 된다”는 말을 남겼는데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국난을 극복한 리더의 말로 ‘사람’ 대신 ‘국가’라는 말을 넣어도 좋을 듯하다. 우리는 국난 극복에 대한 내공이 있는 민족이고, 현재 국가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는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