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김동언의 문화들여다보기] 극장은 도시문명의 우주목(宇宙木)이 되어야

카지노 도박 사이트

우리는 신화 속에서 인류 생명의 근원, 우주 창조에 관한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동서양 신화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 키워드는 ‘나무’와 ‘하늘’이다. 단군신화는 환웅이 하늘에서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인간세계를 경영했다고 설명한다. 웅녀가 기도하던 나무, ‘신단수’는 인간세계의 중심인 태백산 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사람으로 환생한 웅녀는 환웅과 함께 단군을 낳았고 단군은 고조선을 건국한다. 인도의 오래된 문헌 ‘우파니샤드’는 우주를 ‘하늘에 뿌리를 두고 가지를 땅으로 드리운 거꾸로 선 나무’라 했다. 구약성서 ‘창세기’는 에덴동산 중앙에 선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존재를 말하고 있다. 이 나무들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축이자 생명력이 흐르는 통로로다.

신화에 묘사되는 ‘하늘’은 영원한 생명의 원천이자 하나님이고 신이며 인간의 고향이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고향인 하늘로 돌아간다고 여긴다. 그래서 하늘을 연구하는 천문학은 단순한 학문을 넘어서서 문명의 원류, 고대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발달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된다. 하늘을 이해하는 방법의 차이로 논쟁이 촉발되면서 종교와 과학이 발전했고, 마르지 않는 샘처럼 신화와 예술, 인문학에 꿈과 상상력을 제공한다. 시인은 지금도 여전히 별을 노래하고, 사람들은 꿈과 사랑을 키운다. 시인 천상병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 돌아가리라’고 그의 시 귀천(歸天)에서 노래했다.

우주목은 신앙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인류 문명의 보편적 가치를 상징하는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하늘로 치솟아 오른 산은 그 자체가 우주목이다. 산을 통해 하늘의 기운을 받고 영감을 얻으며 간절함으로 비는 신앙의 대상이 된다. 마을 문명에서는 아직도 실물 나무가 우주목의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 입구마다 있는 당산나무는 생명 근원인 하늘과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안녕과 번영을 비는 신앙의 대상이자 수호신이다. 산과 떨어져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우주목을 건설한다. 도시에서 가장 높은 탑을 건설하기도 하고 누구나 바라볼 수 있는 종교 시설이 우주목 대용 기능을 해 왔다.

도시문명에서 문화적으로 연결된 우주목은 극장이다. 언덕 위에 극장을 건설하여 신과 소통하는 접점을 만든 그리스 극장과는 달리, 시민들이 거주하는 도시 한 가운데에 건설하기 시작한 로마시대 이래로 극장은 도시적 평면구조에 자리 잡으며 시민들의 우주목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극장은 다양한 공연예술이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그 시대의 정신과 태초 이래로 이어져 온 인간 세계의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는 곳이다. 신단수 아래 홍익인간의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하늘의 이념이 응집된 장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는 어떤 극장 문화를 꿈꾸고 만들고 있을까. 화려한 조명만 좇는 문화, 돈 되는 것만 가치를 대접 받는 문화, 기계음으로 확성된 음악만 대접받는 문화, 비정규직과 용역직만 선호하는 문화, 실력보다는 정치권 줄서기와 선거용 공연과 행사문화가 극장을 가득 채우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극장은 도시 문명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는 우주목이 되어야 한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 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