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물부족 대한민국 해법은 재활용] 5.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선도해야

부실 시공·관리감독 허술, 중수도 활성화 ‘걸림돌’
642개소 중 220여곳 실제 가동 여부 몰라

카지노 도박 사이트

[물부족 대한민국 해법은 재활용] 5.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선도해야

▲ 지난 6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회 세계화장실 리더스포럼’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진표 국회의원 등이 관계자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물 부족 현상을 막고자 중수도나 빗물 사용 등의 물 재이용을 통한 수자원 확보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내의 물 재이용 시설이 안정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물 재이용을 통해 효율적으로 수자원을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물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고자 지난 2016년부터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 등에 중수도 및 빗물 관련 시설을 설치해 운영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물 재이용 시설이 법적인 시설 기준을 무시한 채 준공 허가를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시공’에 그치고, 이같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실한 시설이 설치되는 탓에 본래의 목적인 물 재이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오염과 악취 등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또 국내 상수도가 너무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고 있어 중수와 빗물 등의 물 재이용이 외면받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물 재이용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설치 기준 강화 및 지속적인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내 설치된 중수도 설비를 관계자가 점검하고 있다.(왼쪽) 수원시에서 운영 중인 ‘빗물이용 자동노면살수시스템’의 모습. 수원시한국생활하수처리협회 제공

■ 전국 600여 개 중수도 시설, 실제 가동 여부 파악도 불투명

환경부가 발표한 ‘2017 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물 재이용 시설은 총 2천782개소(중수도 642개소ㆍ빗물 사용 2천140개소)에 달한다. 빗물을 받아 사용하는 시설의 경우 물을 저장하는 탱크만 적절히 관리하면 비가 내릴 때마다 스스로 작동하는 탓에 별다른 관리감독이 필요하지 않지만, 중수도는 한 번 사용한 물을 보관ㆍ정수ㆍ순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해 지속적인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의 점검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642개소에 달하는 국내 중수도 시설 가운데 220여 곳 이상의 중수도 시설의 실제 가동 여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중수도 시설 현장 방문을 통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하지만, 이 같은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중수도 3분의 1에 달하는 시설의 하루 이용량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건축물의 준공 허가를 받기 위한 부실한 중수도 시공 역시 물 재이용 활성화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중수도 가동을 할 수 없이 이론적인 기준에만 맞춘 시설을 건축물 시공 때 설치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를 점검하고 부적합한 물 재이용 시설이 설치됐을 때 준공을 거부해야 할 지방자치단체 등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해, 공사가 완료된 건축물이 실제 운영 단계에 들어가면 정작 중수도 등의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 재이용 시설은 마련돼 있지만 실제 가동이 되고 있지 않으면 ‘물의 재이용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에 나서 최대 1천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가동이 불가능한 중수도 시설이 너무 많이 확산돼 있고, 물을 재이용해 활용하는 비용보다 곧바로 공급받는 상수를 이용하는 비용이 더욱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 재이용을 ‘현실과 맞지 않다’라며 외면하고 있다.

환경부는 ‘Water Reuse 2020’ 계획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25.4억t에 달하는 물을 재이용해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나 대부분이 공공하수처리장 방류수를 활용한 유지용수ㆍ공업용수ㆍ장내용수로 구성돼 있다. 개별 건축물 단위에서 활용 가능한 중수도와 빗물의 경우 각각 19%, 2%에 불과하다. 이처럼 개별 건축물 단위의 물 재이용 시설에 집중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비전이 수정돼야 진정한 물 재이용 활성화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물 재이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타파 필요성

성균관대학교 수자원전문대학원ㆍ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등이 연구한 ‘물 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한 건축물 단위의 물 재이용 시설 확대 방안’ 자료를 보면 물 재이용 활성화를 위해선 결국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수질’이 확보돼야 한다. 중수도는 위생적인 측면에서 환경적 유해물질이 없는 안전한 수질의 물이지만, 인간의 심리적 우려까지 만족하게 할 수 있는 표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도 중수도 수질 기준이 정해져 있으나 이 기준에 적합하다고 해서 모든 사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에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게 물 재이용 활성화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자료 도출을 위해 지난 2016년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내 화장실 변기 세척용수로 중수도를 사용한 대학생 151명(남성 112명ㆍ여성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4%(142명)에 달하는 학생이 상수와 중수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는 곧 우리가 사용하는 물이 중수도를 통해 재이용된 물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상수도를 통해 공급되는 물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 75%(113명)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자신의 주거공간 내에서 화장실 또는 수세용수로 중수도를 사용하겠다고 응답하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 설문 참여자의 87%(131명)는 수자원 확보를 위해 물 재이용 시설의 설치가 확대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사회적 편익을 위해서 중수도 요금을 얼마까지 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상수 요금의 50% 수준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응답이 94%(141명)에 달했다.

 

 

■ ‘물 스트레스’ 극복하자…수자원 확보 선도하는 ‘수원시’

수원시는 물 부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물 재이용을 통해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한민국 제1호로 ‘스마트 레인시티’라는 친환경 도시 조성 정책을 추진, 모범이 되고 있다. 레인시티(Rain City)는 빗물과 중수도 등을 활용해 도시 내에서 물이 낭비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수원시는 지난 2013년부터 해당 사업을 본격 추진해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과 중수도 등을 관내 민간ㆍ공공 건축물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 광교산 반딧불이 화장실 등에 설치된 중수도 시설은 연간 1천800t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원시청과 장안구청 등 다수의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에서도 중수도를 통해 공급되는 물이 조경ㆍ화장실 용수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수원시는 지역을 물 재이용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것뿐 아니라 물 재이용 관련 박람회 등을 개최해 시민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시는 국내 물 재이용 문화의 확산을 위해 지난 6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세계화장실협회 등과 ‘2019 수원 국제 하수처리 및 화장실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는 물 재이용 설비 관련 기업 100여 곳이 참여해 각자의 우수한 기술력을 소개했다.

아울러 시는 같은 달에 ‘제6회 세계화장실리더스포럼’, ‘수원 오폐수 및 하수처리 기술 심포지엄’ 등의 행사를 개최해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에 따른 환경부의 정책 방향, 수원시의 하수처리 및 물 재이용 시책, 최신 연구기술 정보 공유 등에 나서는 등 수자원 관련 선도 지방자치단체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지기도 했다.

 

채태병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