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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진화하는 고택음악회(古宅音樂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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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백 년, 또는 수백 년 역사를 지닌 고택(古宅)은 우리의 건축양식뿐만 아니라 전통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로서 교육과 관광자원으로의 활용가치가 높다. 현재 남아있는 전통가옥 대부분은 조선시대 이후 축조된 것으로, 당시 양반가문의 주거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어서 지역문화와 전통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고택이 지닌 유형, 무형의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서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가치는 계속 커질 것이다.

특히 고택을 공연장으로 활용한 음악회는 한옥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음악회의 프로그램도 이전까지는 한옥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국악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특색을 가미해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북촌의 대표적 한옥인 윤보선 고택의 살롱음악회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서양의 바로크, 클래식 음악과 음식을 곁들인 ‘고택브런치콘서트’는 인기 상품이 되었다. 대대로 전해오는 명문가의 음식문화과 음악회를 결합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강릉의 선교장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공연장소로 활용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2018년에는 이 고택의 사랑채인 열화당에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하여 정기적으로 오르간과 함께하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시인묵객들이 연주하던 거문고가 오르간으로 변신한 채 여전히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실제 주인공 테너 배재철은 5월11일 하동의 악양면 화사별서(조씨고택)에서 공연을 갖는다. 유럽에서 극찬을 받던 최정상의 오페라 가수 배재철은 갑상선암이라는 절망적 상황을 극복하고 무대로 다시 돌아와 희망과 기적을 노래하는 불굴의 테너다. 오페라 가수와 고택의 조합이 매우 신선하다. 고택음악회를 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여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사례도 있다.

고택음악회는 사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시대 명문가들은 지역의 축제나 중요한 행사에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등,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재능 있는 예술가들에게 금전적 지원과 거처를 제공하는 등 서양의 메디치 가문처럼 예술의 후원자로서 역할을 하였는데, 그 중심 공간이 사랑방이었다. 사랑방은 실내공연장이었고 앞마당은 야외공연장이었다. 서구 문명의 전래와 급속한 산업화ㆍ도시화로 인한 주거양식의 전면적인 재편은 안타깝게도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한옥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음악 역시 서구식 공연장 중심으로만 연주됐는데 최근 한옥의 가옥 구조가 건축음향학적으로 매우 우수하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옥을 공연장소로 활용하는데 큰 자신감을 부여하고 있다. 한옥의 마루와 벽, 서까래가 ‘울림통’ 역할을 하고 악기와 사람의 소리는 나무 마루와 구들 골을 통해 증폭되고 벽과 창호 문은 소리를 흡수ㆍ반사라는 들숨과 날숨 구실을, 천장 서까래는 음을 모아주는 장치가 된다고 한다. 소리의 잔향 시간도 음악 감상에 최적인 1.2초 정도로 소리의 울림이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설계된 음악당 수준이라고 한다.

화사하게 꽃들이 만개한 봄날 한옥의 그윽한 정취와 아름다운 소리가 어우러지는 특색 있고 다양한 고택음악회가 활성화되고 이런 기회가 명문가들의 예술 후원 정신이 더욱 꽃피는 계기로 이어지면 좋겠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