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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희망 부르는 ‘4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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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봄꽃 축제가 시작됐다. 하동 화개장터 벚꽃축제와 섬진강변 벚꽃축제가 한창이고 진해 군항제도 1일부터 열흘간 펼쳐진다. 서울에서는 여의도 벚꽃축제와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5일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봄꽃 축제의 간판격인 벚꽃 축제를 시작으로 철쭉, 진달래축제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예년보다 포근한 기온 때문에 벚꽃의 개화시기가 앞당겨져서 그에 맞춘 준비들이 한창이라고 한다. 온 세상이 꽃으로 뒤덮이는 4월은 1년 중 가장 화사하고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할만하다.

4월에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저절로 풀리며 평소 노래를 즐겨 부르지 않던 사람들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이맘때쯤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라는 노랫말의 ‘벚꽃엔딩’은 공식 봄맞이 노래가 된 듯하다. 장년의 세대라면 ‘봄 노래’는 박목월의 시에 김순애가 곡을 만든「4월의 노래」를 먼저 떠올릴 수 있겠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이 어린 무지개 계절아~”. 김순애가 6·25 피난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1953년에「학생계」 잡지의 창간 기념 촉탁으로 작곡했다고 알려진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가곡이다. 곡의 구성과 멜로디가 간단하고 길지 않아 따라 부르기도 쉽고 편하다. 전쟁과 피난살이 속에서도 생명과 삶의 희망을 4월의 목련에서 찾은 시인과 작곡자의 간곡한 뜻이 고스란히 전해진 듯, 어려운 전후 상황에서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자리매김을 하였다. 겨울이 가고 기적처럼 문득 눈앞에 나타나는 하얀 목련 꽃송이들의 생명력이 시대의 꿈과 희망으로 잘 버무려진 것이다.

경제적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되던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까지의 기간은 한국 가곡의 전성기라고 할만 했다. 봄맞이 가곡의 밤은 어느 공연장이든 관객들의 발길이 몰리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한국 가곡 음반도 많이 팔리고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대중적인 인기를 가진 성악가들도 다수 등장하였다. 그 중 테너 엄정행이 부른「목련화」(조영식 시, 김동진 작곡)는 선풍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생명의 등불 이미지에서 화려하면서 희고 순결한 사랑의 이미지로 변신한 목련화는 한동안 국민애창곡 수위를 지켰다. 다소 투박하고 감상적인「4월의 노래」를 부르며 꿈을 키운 세대들에게 엄정행의 밝고 화려하면서 힘찬 목소리에 얹혀진「목련화」는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무지개였을지도 모른다. 운동선수로 학창시절을 보내다 뒤늦게 성악을 전공하고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성악가라는 남다른 이력과 대중 친화적인 감정 표현 창법으로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4월의 노래’가 ‘엄정행의 목련화’로 진화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꽃을 노래하는 4월이 고스란히 아름답고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4ㆍ3 제주항쟁, 4ㆍ16 세월호 참사, 4ㆍ 혁명을 비롯하여 70~80년대 반군사정권 투쟁에서 희생된 아픔의 역사와 문화가 각인된 잔인한 4월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의 아픔을 딛고 평화와 상생, 번영의 꿈과 무지개가 되어줄 새로운 4월의 노래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