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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33. 하남 신장전통시장

매서운 추위 녹이는 ‘훈훈한 情’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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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기온을 기록했던 10일 정오께 찾은 하남 신장전통시장은 매서운 추위에도 장을 보러온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깔끔하게 설치된 아케이드 아래 가지런히 통일성을 주는 간판은 정갈한 느낌을 줬고, 추운 날씨에도 상인들은 가게 밖을 지키며 손님들에게 친절히 응대하고 있었다.

감기를 조심하라는 등 다양한 안부 인사와 웃음이 오가는 덕에 시장에 있는 내내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광주시 동부면 신장리였던 당시 지역명을 따 ‘신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신장전통시장(하남시 신장 1로 3번 길 42)은 지난 1956년 노동상인들이 모여 공영시장인 신장 공설시장이 만들어지며 역사를 시작했다. 현재 철거된 이곳을 중심으로 생겨난 4개의 작은 상가들이 2001년 하나의 연합회를 결성하면서 오늘날 신장전통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점포 80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규모의 시장이지만, 채소, 어류, 정육 등 1차 상품부터 식품, 의류 등 다양한 종류에 있을 것은 다 있는 알찬 시장으로 하남시민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전통시장이자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특히 맛있는 떡가게가 많은 시장으로 유명한 신장시장은 경기떡집, 성산 떡집 등 총 8개의 떡 가게들이 밀집돼 있다. 워낙 유명한 시장의 떡가게 구역은 전국 많은 사람들의 사랑 탓에 명절이 아닌 보통 날에도 손님들도 북적이곤 한다.

신장전통시장 ‘클린데이’

그러나 신장시장도 다른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등장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2000년 초 시장에서 불과 50m 떨어진 거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상인회와 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개점 반대를 외쳤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시장을 주변과 하남시 곳곳에 생겼고, 지난 2016년에는 백화점과 마트, 아웃렛이 함께 있는 신세계 스타필드까지 입점했다. 대형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신장시장 상인회와 상인들은 주저하지 않고, 대형유통업체와 경쟁하며 손님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 2003년에는 100여 대의 차량을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지상 4층짜리 주차장을 개장하며 대형마트에 떨어지지 않는 시설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끊이지 않는 노력으로 시장은 2010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2014년엔 아케이드, 전광판 설치하면서 시장 환경 개선과 편의시설을 확충해 왔다. 또 시장은 대형마트처럼 일정금액 이상 구매하면 집으로 배송해주는 배송서비스도 운영하며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오후 10시까지 떡볶이와 통닭 등 야식을 즐길 수 있는 ‘야식만만로드’를 선보이며 시장은 젊은 층까지 끌어들였다. 지난해에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돼 2019년까지 더욱 성장하는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광형시장 지원으로 지난해 개설된 원두막 카페는 미술 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와 상인들의 동아리 행사가 진행되는 목적으로 지어져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김해령기자

 

[인터뷰] 여봉열 하남 신장전통시장 상인회장

“상인 소통·젊은시장 만들기… 변화의 바람”

여봉열 상인회장(64)은 올해 집에서 편히 쉬었던 날이 다 합해야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

연초에 상인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여 회장의 머릿속엔 온전히 신장시장 생각뿐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시장 내부에서 편하게 장을 볼 수 있을지부터, 대형마트와 경쟁, 상생할 방법, 상인 단합문제 등

시장의 모든 부분을 고민하다 보니 휴식을 취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평생직장이었던 서울도시철도를 퇴직한 그는 9년 전 아내가 운영하는 건어물집을 함께하다 보니, 시장도 많은 부분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인들끼리의 단합이 되지 않는 점이었다. 올해 초만 해도 상인들은 고루했다. 단합도 서로 대화도 안 하고 심지어 인사조차 안 하고 오직 내 장사만 하려는 분위기였다.

이런 딱딱한 분위기는 여 회장이 상인회장직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가 회장직에 오르고 시장 내부 온도는 많이 바뀌었다. 수차례에 걸친 상인교육에서 서로 단합을 강조해 이제는 비로소 서로 인사하고, 안부도 전하는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가 유지됐다. 여 회장은 “인사는 받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인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손님분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살갑게 대하게 된다”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장시장은 76개 중 10곳이 넘는 상점이 대를 이으며 젊은 상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여 회장은 이들을 필두로 젊은 시장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사강변도시 맘카페와 연계해 젊은 엄마들에게 시장을 알리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미 맘카페와 플리마켓을 몇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또 원하는 상인들에게 접이식 테이블을 지급해 시장 가운데 통로에 놓고 세일을 하는 특화장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여 회장은 “특화장에 경우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날짜를 정해 매주 시행할 계획이다”라며 “플리마켓과 특화장을 경험한 고객들의 반응은 이제 진정한 시장 같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 같은 도전에는 여 회장의 부지런한 견학과 공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강릉 중앙시장을 비롯해 전국의 유명 시장을 답사했다. 플리마켓도 강릉중앙시장에서 배워 도입한 것이다. 여 회장은 문화관광형시장이 끝날 때쯤엔 시장이 많이 변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원두막카페는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음악회, 그림 전시회를 유치해 문화가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 시장이 기반시설 같은 하드웨어는 많이 변했지만, 문화나 행사, 상인들의 마인드 등 시장의 특성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즐길 수 있고, 정직하고, 대형마트에 준하는 서비스가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해령기자

 

먹을거리를 찾아라

불난집

소머리국밥 유명… 밤엔 포장마차

신장시장에서 17년째 불난집을 운영하고 있는 강태숙 대표(58)는 오랜 내공으로 수많은 단골을 확보했다. 불난집에 대표메뉴인 소머리국밥(8천원)은 강 대표가 새벽시장에서 직접 선별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육수는 24시간 우려내는 것은 기본이다. 소머리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국밥 맛을 만들어 냈고, 불난집의 국밥은 시장 전체에 빠르게 소문이 났다. 불난집은 밤이 되면 포장마차로 변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10여 가지 특제 양념이 들어간 닭발은 불난집의 무수히 많은 단골을 만들어 냈다. 각각 다른 분위기를 내는 이곳은 낮과 밤에 따로 단골이 있다고 한다. 이날도 불난집은 가게를 꽉 채운 손님들에 강 대표의 손과 발이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경기떡집

맛있는 떡 입소문… 호텔에도 납품

하남시민들은 ‘떡’하면 신장시장을 떠오른다. 그중에서도 경기떡집은 가장 많은 단골을 보유하고 있는 떡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시장에서 13년째 경기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종국 대표(59)는 아내와 아들까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떡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호박 찰시루떡(1팩에 3천500원)과 영양찰떡(1팩에 3천500원)이다. 하남시민과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떡을 주문하는 탓에 명절처럼 주문이 많이 밀릴 때면 가족 모두가 잠잘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서울 방배동 유명 호텔에도 디저트 메뉴로 들어갈 만큼 독보적인 맛의 비결은 재료에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아버지와 함께 쌀장사를 했었을 때 신선한 쌀로 만든 떡은 그 어떤 떡보다 맛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남순대국

진한 육수·푸짐한 고기… 문전성시

김정화 하남순대국 대표(53)은 신장시장에 터를 잡은 지 4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점심때가 다가오자 순대국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는 하남순대국의 대표 메뉴인 순대국밥(6천원)의 진하고 구수한 육수 맛과 누린내가 나지 않는 고기 맛이 어우러진 맛에 있다. 김 대표는 이 독보적인 맛을 내고자 새벽 3시에 문을 열어 육수를 끓이고, 직접 순대를 만들어 사용한다. 밥과 육수가 부족하다면 마음껏 준다. 주말에는 20시간을 일한 적도 있을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는 김 대표의 요리 철칙은 언제나 ‘청결’이다. 김 대표는 “청결하지 않은 환경과 식재료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맛이 안 나온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해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