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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칼럼] 신뢰받는 법원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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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설치와 관련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상고법원 제도는, 3심을 담당하는 대법원의 업무 가운데 일부를 나누어, 이를 담당할 새로운 법원을 설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상고 사건 가운데,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에서 담당하고, 그 이외에 일반 상고 사건은 상고법원에서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대법원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상고법원에 대한 헌법적 근거가 없으며,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대법원장이 갖게 됨으로 인해 3권분립의 근본취지를 흔들게 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법원에서 상고법원 설치를 주장하며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대법원의 업무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었다. 대법관 1인이 연간 약 3천여 건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통계는 상고심의 문제를 단적으로 대변해 준다.

 

한편 이를 해결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그밖에 상고 사건 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상고사건이 많다는 것은, 결국 항소 사건이 많다는 것이 된다. 1심에서 2심으로 상소하는 것을 항소라고 하고, 2심에서 3심으로 상소하는 것을 상고라 한다. 그러므로 2심으로의 항소가 줄면, 3심으로의 상고도 줄게 될 것이다.

 

이에 수년 전부터 법원은 ‘1심 충실화원칙’을 강조해 왔다. 1심을 충실히 재판하면 항소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그 요지이다. 1심 재판을 충실하게 한다는 것은, 재판을 받는 시민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런데 1심 충실화를 위해서는, 그에 따른 실천적인 과제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를 든다면 1심 법관을 충원한다든가, 법관의 업무를 돕는 보조시스템을 확충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될 것이다. 

만약 실천적인 과제 수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1심 충실화원칙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재판을 ‘충실히’ 해야 하는 것은, 마땅히 당연한 일이고, 제도 개선이 없는 ‘1심 충실화’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다. 그런데 1심 충실화를 위한 법관충원이나, 그밖의 실천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된다면 ‘1심 충실화 원칙’은, 실무에서는 ‘항소기각’ 원칙과 그다지 다르지 않게 된다. 1심에서 충실히 하였으므로, 특별히 변경된 사정이 없으면, 항소는 기각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법원이 2심을 사후심화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우리나라 항소심은 1심의 재판을 전제로, 부족한 입증 등을 보완하여 1심에 이어서 2심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속심 성격으로 이해되고 있다.

반면 사후심은 대법원에서의 심리방식이다. 즉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는지 여부만을 심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속심에서는 1심에서 이루어진 재판을 다시 짚어보게 되고, 필요한 경우, 증인 신문 등 증거조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사후심에서는 1심에서 조사된 증거에 대하여 판단의 적정 여부만을 심리하게 된다. 2심을 사후심화한다는 것은, 2심에서 추가증거수집을 가능한 제약하고, 1심 증거를 전제로 1심이 그에 따른 판단을 잘 했는지에 심리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2심 사후심화와 1심 충실화 원칙이 결합하면, 상소는 줄어들 것으로 법원은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1심 충실화 지침에 따라, 실제 상소비율이 낮아졌지 궁금해진다. 박주민 국회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원 항소비율은 2014년 38.6%였고, 2015년 40.9%, 2016년 43%, 2017년 41.2%였으며, 2018년 상반기의 경우에는 40.8%였다. 역시 전국 법원 상고비율은 2014년 33.5%, 2015년 33.2%, 2016년 32.7%, 2017년 31.2%, 2018년 상반기 33.6%로 확인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1심 충실화 원칙은, 상소비율을 줄이는데 결코 기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항소하지 말라는 공허한 외침과, 이해하기 힘든 항소기각은 오히려 시민들로 하여금 재판의 불신만을 조장할 뿐이다. 재판의 불신은 순환적으로 항소와 상고비율을 높이게 만든다. 재판이 시민의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상소비율은 줄어들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재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가지며, 그에 따른 법적용의 적정성이 당사자를 설득시킬 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판의 신뢰를 찾기 위한 법원의 노력이 보다 낮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해답을 찾아가길 바란다.

 

이재진 법무법인 정상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