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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못다 핀 알피니스트들은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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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는 참으로 안타까운 悲報(비보)를 접했다. 세계 최단기간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무산소 등정을 성공한 김창호 대장을 포함한 5명 전원이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남벽에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산악계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고인들의 장례 절차가 편안한 가운데 진행되기를 바라며 애끓는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창호(49) 산악인은 국내 순수 알피니즘의 보루 같은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그가 들었을 수많은 질문이 “왜 산에 가느냐”였을 때 그는 “히말라야 정상에 올라 담배 한 개비 피우는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의 꿈이 미개척 만년설에 ‘코리안웨이’를 만들려고 한 것이니 이는 예술가의 길과 다르지 않다. 남이 닦아 놓은 개척된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만들려 한 점에서 진정한 예술가다.

 

목숨을 던지는 용기는 예술에도 필요하다. 독창성이나 창안에는 늘 비판과 여론이 뒤따른다. 어떤 경우에는 비판이 예술가를 좌절하게도 하지만, 넘어지고 깨어지면서 뿌리가 생긴다.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것이 용기와 모험, 도전의 정신이다. 취업난에 몰린 학생들이 암기위주의 공무원 시험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 것은 그래서 우울하다. 

 

바야흐로 제4차 산업이 시작되었다. 선진국들은 독창적 아이디어가 살아날 수 있도록 창조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원하는데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린 머리 좋고 발랄한 젊은이들이 모두 생계형 목표에 집착하는 것 같아 눈부신 도약의 날개를 애초에 접어야 하는 것일까. 일자리 창출이 단순 알바가 아닌 창조성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데 각종 규제에 걸려 發火(발화)가 늦은 것은 아닌지. 

때마침 경기도 일원의 문화예술기관에도 인사가 내려졌다. 일선 책임자들은 창작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란 一聲(일성)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창조성에 갈증이 심하다. 우선은 예산 확보가 어렵고 크레이티브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창조성 역시 어릴 때의 기초 교육이 중요하다. ‘창조 근육’을 키워 줄 수 있는 모험심 강화가 예술 교육에서뿐만 아니라 합창단, 오케스트라 운동의 단체 활동과 스포츠나 등산을 하는 것에서 도전정신을 길러 줄 수 있다.

 

이들 알피니스트들이 설원에서 못다 이룬 꿈은 누군가 다시 도전을 할 것이다.  예술 역시 수많은 고난의 봉우리를 넘어서 고독감과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는 점에서 알피니스트를 닮아야 한다.  작품이 피어날 때 최고봉에서 맛보는 자유와 희열도 같은 것 같다. 

 

우리가 모두 산악인은 아니지만 산악인의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들의 도전은 살아 있는 것이다. “산을 정복하기 위해 오르지 않는다. 등반 과정의 즐거움을 추구할 뿐”이라고 했던가. 거듭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인생 역시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해 과정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산과 인생이 하나인 교훈을 얻는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