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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의 문화 돋보기] 440억원을 보는 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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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책은 예산을 수반한다. 돈의 쓰임을 놓고는 언제나 이해가 엇갈린다. 특히 시민과 관계된 사안들은 핫이슈로 격론이 벌어진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400억 원의 광고 수익을 포기해서라도 도시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지하철 역을 전시장처럼 아트역으로 환경을 바꾸겠다는 것. 역내에 덕지덕지 붙은 조악한 광고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의 스트레스로 쌓인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광고를 버려서라도 시민에게 예술의 기쁨을 주려는 정책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사람의 五感(오감) 중 가장 빠른 것이 눈이다. 그런데 이 눈이 단순히 일상의 사물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예술을 보는 눈이 되면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이를 심미안이라 한다. 비엔나 시청이나 유럽의 시청들에 놀랄만한 조각과 작품이 있음은 예술의 가치를 아는 전통에서 온 것이다.

 

광고가 부착되어도 무신경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안목이 높아지면 이로써 얻는 효과가 엄청나다. 전체 도시 디자인에 이르지는 못하더라도 지하철을 출발점으로 시민의 눈을 높여가면 당장은 심리 치료 효과도 있고 안목이 길러지면 평생 행복 보너스를 타게 된다.

 

새삼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그림이 주는 행복은 세계의 미술관에 관광객이 넘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반 고호 한 작가가 도시를 먹여 살리기도 하고 국가 브랜드가 되지 않는가.

 

어떤 정책도 비판의 칼날위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어둡고 혼돈스러움이 아니라 환경이 정화되면 범죄도 준다. 깨어진 유리창 효과의 반대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꽃이 만발한 곳에서 범죄나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천경자의 그림이 시민들의 향수권 신장을 물론 그림 구매력을 불러일으킨다면 작가들에게도 희망이다. 비단 그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소리’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성악가의 노래, 바이올린의 가냘픈 선율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커서 좋은 문회를 가까이 하는 애호가가 된다.

 

좋은 것을 흡수하면 낮은 것을 물리치는 抗體(항체)도 생긴다. 품격이 그렇고 명품이 다 그런 것이다. 지하철 아트화가 실현된다면 수익논리를 뛰어 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당장은 아니기에 비판적일 수 있지만 그래서 리더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보이는 것만 보는 눈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예술이 밥 먹어 주냐? 라고 핀잔하지만 밥보다 멋진 것을 외면하고 산다면 100세를 산다 해도 숫자에 불과하다.

440억 원이 4천400억 원을 넘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 성숙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배고픔만 해결하려다 보면 이게 당장 해결이 되는 것 아니지 않는가. 생각을 바꿔 문화를 주면 힘들어도 여유와 경제에서 얻지 못한 즐거움으로 보상을 받는다. 동구권 역시 어렵지만 택시 기사도 오페라를 보는 문화가 있다. 굳이 서울의 이야기를 지역에 소개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국으로, 어려운 때 일수록 예술 바이러스의 파급이 필요한 지금이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